모처럼 마이클 만의 영화(감독이 아닌 제작이라도)가 나왔는데 광팬의 입장에서 봐줘야지 싶어서 마눌님을 졸라서 극장을 찾았다. 참고로 이 인간의 영화를 보고 싶다면 무조건 극장으로 가야하고, 안 볼거면 그냥 안보는 쪽이 좋다. 아무리 고화질 디빅 버전으로 100번을 돌려봐도 19인치 모니터 화면으로는 마이클 만 영화를 이해하긴 불가능하다.

anyway~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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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무척 즐겁게 봤다. ^_^*

영화 초반부에 아주 "교과서적인" 미국의 중동개입의 역사를 슬라이드 형식으로 보여준다. 이 부분에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꽤 쓸만한 요약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도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별로 아메리카니즘 만세~로 보이진 않는다. 딱 미국이 저지른 삽질의 역사를 몇 분에 압축해서 보여주기에 이것보다 더 좋은 교보재는 없다고 보는데?

그리고 벌어진 리야드 테러사건.......보면서 느낀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래도 화약고 중동 안에서는 비교적 치안이 좋은 축에 속하는데(미군 기지까지 있는 유일한 중동 친미국가잖아? 이라크 빼고...) 이건 보면 완전 개막장...........-_-;;;;

수백명의 미국인 피해가 발생하고 제이미 폭스와 열받은 FBI 일당은 주미 사우디 대사를 협박(...)해서 뒷구멍으로(참고로 미 공군 수송기 편으로...-ㅇ-;;) 리야드를 찾는다.

스스로가 반미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 영화의 미국찬양이 역겹다고 표현하는데, 내가 볼때는 좀 아니다. 이미 제이미 폭스와 그 파티원들은 정상과는 거리가 한참 먼 국제분쟁 소지가 다분한 방법으로 현장을 찾는다. 애초부터 이들은 "정의"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시퀀스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미국 관객의 반감을 사지 않는 한도내에서 그들의 행동이 결코 미국식 정의에 부합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실제로 제이미 폭스 파티원들은 영화 말미에 청문회 준비에 바쁘다...;;;)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극장 나오면서도 들었는데...) 해외는 CIA 관할 아니냐고 하는데, CIA는 "중앙정보국"이고 2차대전 당시의 OSS, 그러니까 미육군 정보국이 전신이다. OSS의 역할을 지금은 DIA(국방성 정보국)에서 하고 있고, CIA는 순수하게 대통령 산하 정보국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놈들은 쉽게 말해서 사냥개에 가깝다. 정보를 찾고, 풀숲에 숨어들고, 필요하면 납치하고, 테러에 대한 테러 - 즉, 카운터 테러를 주로 맡는다. CIA가 남미에서 스캔들 몇 번 내고서 대통령이 해외에서의 오퍼레이터(헐리웃 영화에서 보면 사복 입고 총질하는 놈들) 운용을 금지하면서 미군 특수전 사령부에 의존했는데, 911 이후에는 다시 CIA도 오퍼레이터 운용을 하는듯 하다.(자세한 것은 나도 모르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셔널 지오그라픽에서 알 카에다에 대한 다큐를 보여주는데, 마침 여기서 바로 그 CIA 오퍼레이터가 2명 나온다. 아프간에서 최초의 미국인 희생자가 CIA 오퍼레이터라니...당연하다면 정말 당연하다.


한편, FBI는 "연방 수사국"이다. 이쪽은 경찰견에 가깝고, 학위 두어개쯤(그중에서 하나는 공인회계사 자격증 필수~) 갖고 있어야 들어가는 직장이다. 군대 냄새는 거의 없고, 책상물림 내지는 출세가도를 달리는 경찰 공무원 이미지로 생각하면 된다.

다시 말해서 CIA(해외) <-> FBI(국내) 도식은 잘못된 상식이다.

원칙적으로 제이미 폭스 일당은 "수사"를 하기 위해 리야드를 찾았다. 따지고 보면 FBI는 미합중국 영토 내부에 대한 수사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요즘은 해외 주재원에 대한 테러도 그 지역을 "미합중국 영토"쯤으로 여기고 인력을 투입하는듯 하다. (CNN이나 기타 자료를 보면 종종 보이는 걸로 봐서는...)

이 영화에서 FBI가 국제경찰(인터폴) 역할을 하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 미국적 오만함의 극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렇다기 보다는 리야드의 주재원 보호구역을 미국 영토로 여기는 법리해석의 오만함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둘은 좀 다른 관점이다.

제이미 폭스 일당은 결국 "미국인들이 테러를 당했고, 마침 동료도 죽었으니 우리가 가서 사건의 전모를 캐야겠다. 마침 그 장소가 외국으로 보이는 것은 단순한 착각~" 정도의 마인드였다.

 그리고나서 영화는 굉장히 오랫동안 사우디 보안군과 주인공 파티의 대립과 협력에 할애한다. 여기서도 보면 미국인들의 전형적인 양키센스와 이질적 문화의 충돌을 충분히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관심이 없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꽤 지루할 부분이다. 스토리가 질질 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길게 할애하고 있으니.

영화의 후반부는 전형적인 "메이드 인 마이클 만"표 총격전에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퀄리티는 역시 극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장대한 총격전의 시작은 테러 용의자의 아지트를 급습하는 사우디 보안군의 SWAT팀의 모습인데. 솔직히 그 장면을 보면서 "저 놈들은 잡아서 심문한다는 상식은 날이 더워 벗어두고 왔군."이라고 생각했다. 다짜고짜 들어가서 난사해주는 센스라니.

그 장면을 보면서 실제로 벌어졌던 이집트 항공 납치사건이 떠오른다. 승객이 인질로 잡힌 여객기 안에 수류탄 투척하고 진입해주는 센스와 일맥 상통하다.(대체 이 동네는 사람들이 왜 이리 성질머리가 급할까?)


그 뒤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씬과 추격씬, 도심에서의 총격전은 딱 몇 장면만 봐도 이건 마이클 만이군 싶은 장면의 연속이다. 제이미 폭스가 H&K사의 G3(사우디군 제식소총이다!)를 들고나와 테러범 백업 차량을 사뿐하게 조져주는 장면을 보면서 역시 7.62mm 나토탄! 역시 마이클 만!!을 연발하고 말았다.

내가 보기에 도심의 야경, 복잡한 도심에서의 총격전, 정신없이 카메라가 흔들리는 가운데 벌어지는 추격전은 현재로서는 헐리웃 감독들을 통틀어서 마이클 만을 넘어서는 장인은 없다. 이 정신나간 감독은 각 위치에서 발사되는 총기의 사격범위까지 계산해서 촬영하는 감독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사실 마이클 만 밑에서 배운 피터 버그인데, 솔직히 말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사람의 손길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감독이 이만큼이나 존재감이 없는 영화가 있다니...

도심을 시속 200킬로로 질주하는 콘보이 행렬의 야간 촬영은 "히트", "콜래드럴",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보았던 그 느낌이었고, 무시무시할 정도의 고증을 바탕으로 계산된 총격 시퀀스는 나란 인간이 마이클 만의 팬이 된 바로 그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얼굴을 클로우즈 업하고 명암대비를 강조한 상태에서 보여주는 지치고, 분노하고, 집착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이 감독을 골수 마초이즘 감독의 낙인을 찍게 만든 바로 그 특징이 아니던가? 대체 피터 버그의 손길은 어디에 있는가?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다 죽여버릴거야."
그렇다. 나는 이 영화가 솔직히 드러내지 못한 속내의 본질은 이 대사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 영화에서 시간을 할애하여 테러범들의 입장을 다룰 필요가 있었을까?

주미 사우디 대사를 협박해서 입국한 순간부터가 이미 제이미 폭스와 그 파티원들은 "정의롭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의 그 행동이 가진 이면에는 죽은 동료에 대한 집요한 복수심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이 증오의 씨앗이 되어 테러리즘이라는 영구기관을 위한 스위치가 되고 있다.

아마 영화 마지막에 사살된 테러리스트의 손자, 손녀들은 새로운 테러리스트 예비군이 될 것이고, 마지막에 사망한 사우디 보안군의 아들들 또한 증오심으로 테러리스트들을 대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여전히 월권행위와 복수심으로 중동문제를 대할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극중에서 나오는 사우디 보안군 대령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현재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의 훈련을 받은 현지 괴뢰정부 소속의 군인들은 미군보다 더 집요하게 테러리스트 사냥에 앞서고 있고, 더 자주 보복표적의 대상이기도 하다. 각종 미디어에 얼굴이 실리면 시체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지 요즘은 이런 인력들에 대한 직접적인 미디어 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단적으로 인터넷에서 예전보다 이들의 얼굴을 보기 힘들다...)

그리고 바로 우리의 일제시대와 6.25 전쟁 당시를 떠올려보라.
그들은 FBI보다 수사력이 딸리는 것이 아니라, 동족에 대한 증오심이 너무 깊은 것이다.


::: 덧붙임 :::
극중에서 법의학 전문이자 팀 내의 유일한 홍일점이었던 제니퍼 가너.
"앨리어스"에서의 이미지가 딱 그대로 남아 있는듯. H&K MP5K PDW가 이만큼 잘 어울리는 여배우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_^*

특히 후반부의 격투씬은 정말 "가다"가 나오는 싸움이었다.
폴딩 나이프를 그렇게(...) 쓰다니.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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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영화 리뷰] 킹덤 Tracked from deutsch`s Web Cafe Blog | 2007/11/06 07:39 | Delete |

    새벽에 영화 킹덤을 봤습니다. 그런데 보고 난 후 느낌은 뭐라고 해야 하나 ... 찝찝합니다. 물론 어디 댓글에는 미국 지상주의, 우월주의라고 쓴 사람도 봤는데,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1. 조한규 2007/11/05 09:03 | PERMALINK | EDIT | REPLY |

    흐음...저도 마이클 만 감독 총격전은 꼭 챙겨보는데
    요즘은 극장 가본적이 언제였더라...꼭 가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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