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돌아다니면서 TV를 본단 말인가?" 싶었던 DMB가 상당히 대중화 되어 버렸다. 뭐, 나란 인간에게 TV란 단지 "한물간 영화를 고맙게 틀어주는 존재" 내지는 "신기한 다큐멘터리를 용케 찾아내주는 존재"쯤으로 보이는 물건이라 지독한 편견에 사로잡힌 평가라는 자각은 있다. -_;;;;

요즘 가끔씩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란 생각이 드는 PMP와 DMB기능이 내장된 핸드폰의 보급으로 확실히 오가면서 TV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건 다 좋다. 내가 TV를 굉장히 짜증내며 싫어한다고 해서 남들까지 TV를 금지시키는 것은 물론 절실히 원하는 일 좀 곤란한 일이겠지.

하.지.만. 대중교통, 특히 서울-인천을 오가는 광역버스처럼 승객들 과반수가 항상 잠들어 있는 공간에서 외부 스피커로 DMB를 보는 인간들의 두뇌는 대체 뭘로 이루어져 있는 걸까? 정말 요즘엔 뇌 대신에 두부를 채워넣고 다니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당장 오늘도 퇴근길에 버스 안에서 본격적으로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울며불며 찌질거리는 여자 탤런트(아마 무슨 인기 드라마인듯...)의 목소리가 정신없이 들려왔다. 솔직히 대체 어떤 인간이 모두가 잠든 퇴근길 광역버스 안에서 외부 스피커로 DMB를, 그것도 찌질대는 남녀의 찌질스러운 이야기(아, 이런걸 러브 스토리라고 부르던가?)에 그렇게 열광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냥 꾹 참았다.

누군지 얼굴을 보게 되면 노골적으로 "와아~ 요즘엔 원숭이도 DMB를 볼 줄 아는구나? 사람 말도 알아듣고~"라는 식으로 시비를 걸어버릴 것 같았다. 내 인내력을 장담할 수 없어서 아예 범인색출을 포기했다.

세상에는 말이지 "이어폰"이라는 알흠답고 고저스한(...) 물건이 존재한다.

나는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그만큼 타인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인내심이 없다. 시내에서 나는 항상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진 않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그 신경이 곤두선만큼 타인이 날 불쾌하게 만들면 핀트가 빡~ 나가는 사람이다. -_-;;;

인내심이 절라 부족한 인간이란거 자각은 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타인도 나만큼 인내심이 없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주의하려고 노력한다. 제발 서로가 서로를 조심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누구나 월요일 아침 출근길 따위는 죽도록 싫고, 하루종일 치이고 밟히다가 퇴근하는 길이니 누구나 지치고 피곤하지 않나?

이런 불평을 해봤자,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나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대중교통 안에서 조잡하고 음질도 한심스러운 외부 스피커 따위로 DMB를 보면서 찌질대는 남녀의 이야기에 즐거워 하는 인간에게 배려심이라는 단어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 정도 인간들에게 뭘 기대하겠는가?

또 한 가지 궁금한 건, 뱅앤울룹슨의 베오랩9쯤 되는 스피커로 엘라 피츠제랄드를 듣는 팔자좋은 우아한 생활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저중고 모든 음역대에서 해상도와 재현력이 개판 오분전인 그런 외부 스피커로 뭔가를 듣고 싶을까? 난 5분만 듣고 있어도 짜증이 나던데?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가? 내가 까칠한 건가? -_?

솔직히 오늘 퇴근길에는 그 드라마 소리가 하도 짜증이 나서 내 노트북을 열고 2007년 WRC 경주 장면을 최대 볼륨으로 틀어버릴까...하는 심술이 났다.

지난 포스트를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고회전으로 돌아가는 레이싱 머신의 엔진소리를 무척 좋아한다. 마눌님은 "미친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 같아서 소름 끼친다고 싫어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고작 한 시즌을 쓰고 망가뜨리는 레이싱 머신의 엔진소리가 지독하게 끔찍한 소음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노트북 스피커로 "부릉~부릉"도 아닌 "끼이이잉!!! 쿠앙~쿠앙~ 끼이이이이...."하는 엔진소리를 최대 볼륨으로 꽝꽝 틀어대면 그 사람은 계속 DMB로 드라마를 볼 수 있었을까? (그전에 내 노트북 스피커가 먼저 죽어버릴듯...)

분명 나는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공적 제 1호가 되어버릴테지만, 그 순간에는 그런 심술을 부려보고 싶었다.

당신에게는 1분에 1만2천번 회전하는 고회전 엔진소리가 끔찍한 소음이겠지만 나는 그 소리가 무척 사랑스럽다고. 그리고 당신에게 찌질대는 여배우의 칭얼거림이 즐거움이겠지만, 나에게는 당장 뭔가를 부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끔찍한 고문이었노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취향은 상대적이다. 내가 즐겁다고 타인들도 즐거울꺼라고 착각하지 말자. 그리고 어지간하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는 이어폰으로 DMB를 이용하자. 괴롭다. 정말.

http://www.city109.com/tattertools/trackback/89 (주소를 클릭하면 클립보드로 복사됩니다.)

  1. 조한규 2007/04/17 10:42 | PERMALINK | EDIT | REPLY |

    정말로 우리나라에서는 총기자유화가 되면 안되겠네요..
    버스에서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났다고 뉴스에 나올지도...
    쿨럭... ^^;;;

  2. 늑대호수 2007/04/17 11:34 | PERMALINK | EDIT |

    매일 사건사고가 터질테죠...워낙 다혈질들이라...-_-;;;

  3. 최성훈 2007/04/17 13:56 | PERMALINK | EDIT | REPLY |

    -내가 즐겁다고 타인들도 즐거울꺼라고 착각하지 말자-
    이런 착각속에 빠져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데 충격받은적이 있어요.
    정말 머리속에 두부가.....ㅡㅡ;;;;

  4. 늑대호수 2007/04/19 00:12 | PERMALINK | EDIT |

    두부들의 습격........이라고 비꼬면 너무 까칠한 거죠? ^^;

  5. 알바0호 2007/04/17 19:29 | PERMALINK | EDIT | REPLY |

    뭐, 세상이 다 그런 것 아니겄음까. -_-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머리가 나쁘다는 소리는 IQ가 낮다는 소리가 아니라 상상력이 없다는 소리다'란 대목이 있었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더군요.

  6. 늑대호수 2007/04/19 00:14 | PERMALINK | EDIT |

    단순히 상상력의 문제만은 아닐듯...-_-;;;

  7. psi씨 2007/04/18 01:41 | PERMALINK | EDIT | REPLY |

    지난 설 연휴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그 DMB폰으로 뭔가 보시는 장년층 2명, 그리고 그 옆에 한명이 있었지요. 장년 2명은 TV 소리도 소리거니와 그에 따른 반응소리도 집 안방에서 즐기는 그대로 하더군요. 열심히 쳐다 봤습니다. 한 사람이 눈치를 보고 제지를 한건지 어쩐건진 모르지만 결국 장년층이 보던 프로그램 종료. 그 옆에 있던 끽해봐야 30대 초반의 사람하나는 열심히 보고 있길래 "저기, 꼭 외장스피커로 들어야 하나요?"라고 말했더니 "이어폰이 없어서..."라는 수준이하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결국 소리를 줄이긴 하더군요.

    이놈의 것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맞은편 문쪽에 있던 어떤 많아봐야 20대 후반의 아해가 핸드폰 외장스피커로 음악을 재생하며 듣기 시작하더군요.
    지체하지 않고 가서 "저, 시끄럽거든요." 라고 말하니 조낸 못마땅한 얼굴로 끄더군요.

    고작 지하철 한칸에서 이런일이 벌어진다는 것, 짜증납니다.

  8. 늑대호수 2007/04/19 00:13 | PERMALINK | EDIT |

    저는 님처럼 정중하게 지적할 자신이 없습니다. 틀림없이 시비걸거나 빈정거릴것 같아서 아예 꾹 참고 있습니다. ㅠ.ㅠ

댓글을 남겨주세요~ 밝은 인터넷을 위한 네티켓,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