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메모의 기술 - 생각을 남기는 방법

이전 포스팅에서도 밝혔듯 나는 메모광에 속한다. 정확히 고등학교 시절인 89년에 시작된 습관을 15년째 용케 유지하고 있는 축에 속하고 그동안 꽤 많은 방법을 시도했다.

그래서 내가 시도했던 방법을 한 번 모아보기로 했다. (이건 포스팅꺼리가 없어서가 절대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다 <- 이중부정을 남발하지 맛!)


1. 플랭클린 플래너
시간관리의 대명사쯤으로 유명하다. 지금 내가 4년째 사용중인 시스템이다.

장점 : 모듈화된 구조와 기능이 몇 년에 걸쳐 작업과 일정, 그 밖의 모든 정보를 집대성하여 파일화 시키는데 탁월한 구조를 가졌다. 또한 지나간 정보를 검색하는데는 아날로그 방식으로서는 최상급의 체제를 지원한다.

단점 : 초기 투자비용 및 유지 비용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자랑한다. 매년 적지않은 출혈을 강요한다.

IT업계 식으로 말하면 초기 유저에 대한 UI접근성이 대단히 나쁘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입문용으로 쓰기에는 굉장히 어렵다. 이미 예전부터 꾸준히 메모하는 습관이 붙어있는 사람이 아니면 적응하기 힘들다.

또한 하나의 일정이나 메모를 교차기록, 또는 분산정렬 시키는 습관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이 말 뜻을 이해 못하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

즉, 한 번 적어놓은 것으로 끝나는 사람은(또는 그 한 번조차 제대로 적어두지 못하는 사람) 사실상 이 플래너를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다.

스티븐 코비의 헛소리를 받아들여 삶의 지표를 삼건, 혹은 나처럼 개무시하건 그건 각자의 취향문제...


2. 일반 다이어리
플래너의 염가형 다운 그레이드 버전. 역시 초기 투자비용이 꽤 세지만 쉽고, 무엇보다 선택의 폭이 엄청나게 넓다.

장점 : 모듈식 구조라서 속지를 자신의 취향과 순서에 맞게 편집하면 각자의 취향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쓸 수 있다.

스케쥴을 좌우 2페이지가 한 달인 월간계획만으로 해결하고 나머지를 전부 노트로 구성하는것도 가능하고, 플래너처럼 월간 페이지 + 주간 페이지(좌우 2페이지가 1주일) 또는 월간 페이지 + 일간 페이지(이건 플래너 방식) 등의 조합을 이용하여 스케쥴러에 특화시켜 쓸 수있다.

플래너를 처음부터 쓰기 보다는 이걸 사용하다가 업그레이드 개념으로 플래너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단점 : 부정기적으로 메모를 하는 사람과 쓸 내용이 많은 사람에게는 다이어리의 존재 자체만으로 짐이 된다. 또한 나름대로 요령이 없으면 3달전 13일에 적어둔 내용을 찾아볼 방법이 없다. (존내 손으로 찾아보는 수 밖에 없다)

내용이 많아지면 부피가 엄청나게 무거워지는데도 플래너와 같은 인덱스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검색도 어렵고 적어놓은 자료를 찾아보기도 어려운 것이 최대 단점이다.



3. 일반 스프링 노트
스프링 노트라고 했지만 일반 노트와 수첩류를 총칭한다. 가격대비 성능은 압도적이지만 역시 자신의 손으로 인덱스를 만들지 않으면 사실상 대단히 일방적인 기록수단이 된다.

스프링이 왼쪽에 있는 것과 윗쪽에 있는 것이 있는데, 윗쪽에 있는 것이 개인적인 경험상 빠른 속기를 할때 더 불편한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작 자체가 노트를 뒤집는 행동과 페이지를 넘기는 행동이 반복되기 때문에 몇 시간에 걸친 필기에는 오히려 나쁘다. 반면에 윗쪽 스프링식은 필기도중에 스프링에 손이 걸리는 불편이 없다.

접착제본식은 스프링의 불편이 없지만 좌우를 완전히 펼쳐서 사용하는 경우 접착제본의 특성상 페이지가 갈리고 뜯겨져 나온다.

장점 : 값이 싸다. 대단히 싸다. (물론 가죽 장정의 럭셔리 클래스도 있다) 쉽게 배울 수 있고, 메모의 습관을 만들기 위한 입문용으로는 가장 좋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작심삼일로 포기해도 1천원짜리 노트하나 버렸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_-;;;

지속적으로 대량의 정보를 기록할때 아날로그에서는 이것보다 나은 솔류션이 없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설정자료처럼 대량의 정보를 취급할때, 게임 기획초안을 만들때, 회의기록을 남길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플래너도 회의가 길어지면 추가 페이지를 덧붙이는 불편이 있다)

단점 :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싸구려 노트를 쓰면 그 기록은 1년이상 방치하면 유실된다. 어지간한 각오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혹시 대학졸업 한지 5년이 넘은 사람들 중에서 대학 1학년 1학기 강의노트 아직까지 갖고 계신분?

지인중에는 스프링식 대학노트로 약속, 작업일정, 작업 아이디어, 여행일지 따위를 전부 올인원으로 쓰는 분이 있는데...여러가지 접근적 불편함을 극복하면서 이렇게 꾸준히 쓰는데는 굉장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결국 이 솔류션은 아예 부정기적으로 메모를 하거나 반대로 지속적으로 노트를 사용하는 환경(프로젝트 회의, 대학 강의, 중고등학교 노트필기등)이 받쳐주지 않으면 쓰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실제본된 책형태의 노트가 접착식 제본보다 오래 견디고 보존의 가치가 있다. 내구성 순서는 실제본 > 접착식 = 스프링식 정도이다.


4. 몰스킨 노트, MMMG 포켓북
몰스킨의 대부분의 사항은 윗 항목에 포함된다. 바로 그 실제본된 노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종류의 노트(또는 수첩)들은 성능대비 가격이 대단히 비싼 경우들이다.

몰스킨의 특성이야 여기서 따로 말할 필요도 없고, MMMG 포켓북 시리즈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경우인데, 포켓북의 경우에는 나름대로 수집하는 재미(...)가 있고 역시 이 놈도 무지 튼튼하다.

장점 : 좀 더 고급화된, 그리고 여러가지 면에서 특화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애초부터 가혹한 환경에서 장기간 사용을 전제로 제작된 놈들이라 몰스킨과 포켓북 모두 내구성에서는 일반 노트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몰스킨의 경우에는 실용성도 뛰어나지만 역시 감수성을 자극하는 면이 더 크다. 뭔가 클래식한 즐거움을 즐기는 사람은 좋지만 노트란 볼펜으로 끄적대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사람에게는 비추천.

단점 : 몰스킨 한 페이지에 자신이 적은 10여줄의 기록이 페이지당 170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만 이 노트를 쓰기를 추천한다. 고로 국산 스프링식 노트의 페이지당 정보의 가격은 비싸도 20원 미만이다. 나머지는 기록의 장기보관과 쓰는 동안의 사소한 즐거움을 위한 기획비용임을 명심할 것.

포켓북의 경우에는 사이즈에 비해서 생각외로 휴대가 애매하고, 장기간 대량의 필기에는 대단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2년전 포켓북이 아직까지 멀쩡한 것으로 봐서 내구성은 충분한 수준.


5. PDA
AA 배터리 넣는 초기형 팜과 카시오 EM500 기종을 쓰던 PDA 유저라서 나름대로 PDA에 대한 노하우도 충분한 편인데, 이 PDA는 뭐랄까 활용도를 높이면 한 없이 높아지지만 제대로 못쓰면 모니터 옆에서 잠만 자는(...) 신세일 확률이 상당히 높다.

장점 : 아웃룩 사용자에게 있어서 이것보다 나은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보의 검색이나 정렬화, 실시간적인 업데이트에 있어서는 그 어떤 아날로그 웨어(...)로도 흉내낼 수 없다.

하루에 회의가 몇 껀씩 잡혀있고(게임 기획자의 경우 많으면 5껀 per day) 우선순위에 따른 작업 순서와 과정이 중요한 사람에게는 대단히 유용한 물건, 3개월간 계속되는 프로젝트 같은 것은 PDA의 리마인더 기능을 능가하는 대안은 없다.

덤으로 MP3P나 동영상 플레이어, 전자책, 게임등의 부가적 기능까지 얻을 수 있다.

단점 : 아직까지 내 필기속도를 따라가는 PDA를 본 적이 없다. -_-;;;

최후로 쓰던 PDA의 한글입력체계 디오펜도 꽤 훌륭한 어플이었으나 인식률과 속도라는 한계, 그리고 화살표와 순서도가 난무하는 게임 기획자의 업무 특성을 따라가는 방법은 아직 없다.

타블렛 PC와 MS의 새 어플인 원노트의 결합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이것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포기하고 노트에 손으로 적던가 순서도를 포기하고 키보드 타이핑이 정답이라는 느낌이다.

대량의 정보와 상호 연관선, 마인드 맵과 업무 트리 따위를 그려가며 사용하기에는 PDA의 해상도는 절망적이다. 마인드 맵 전용 프로그램도 있지만, 회의 한 번에 A4용지 몇 장분량의 트리를 그리는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은 걍 포기하고 노트를 써라. 회의실 칠판도 몇 번씩 지우면서 쓰는 판에 PDA 해상도는 별 쓸모가 없다. -_-;;;


6. 노트북
주인장은 소니의 저 유명한 픽처북 C1MTL을 사용중인데, 겨울 코트 주머니에도 들어가는 초소형 노트북이면서 정상 사이즈의 키보드를 지원하는 이 놈으로도 메인의 자리를 꿰 차지 못했다. -_-;;;

장점 : 다룰 수 있는 정보의 분량이 아예 차원이 다르다. 손수레와 50만톤급 유조선의 차이쯤 격차가 있다.

자료를 위해 다른 게임의 전투장면 동영상과 같은 아날로그 매체로서는 절대 흉내도 못할 자료까지 축적이 가능하다. 하드 용량과 배터리 용량만 받쳐 준다면 이것을 능가하는 자료 체제는 없다.

4시간의 걸친 회의라면 플래너류는 요점만 적으며 트리를 그려야 하지만, 노트북이라면 팀원들의 발언까지 모두 타이핑 해버릴 수 있다. 아예 녹음이나 녹화(C1MTL에는 캠이 달려있다)도 가능하다.

단점 : 부팅 시간이라는 약점이 있다. 서스펜드 모드나 하이버네이션 기능을 활용해도 시간적 딜레이는 크다. 흔히 좋은 노트북(특히 맥계열)은 1초 미만으로 구동된다고 하지만, 노트북을 전용 파우치나 노트북 가방에 휴대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실 가동시간은 훨씬 길다.

비오는 날이나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를때 노트북을 꺼내기는 불가능하다. 당장 나부터도 비오는 날 건물 처마 밑에서 플래너를 꺼내 뭘 적을지 몰라도 불과 몇 센티 앞에서 비가 쏟아지는 환경에서는 절대 노트북을 꺼내지 않는다.

결국 노트북이란 플래너나 노트에 적은 초안을 바탕으로 실작업을 하는 용도에 한정되는 편이 실용적이다. 그 실작업을 사무실의 데탑처럼 정해진 공간이 아니라 적당한 테이블만 주어진다면 밖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 노트북의 실제 장점이다.

노트북을 메모용으로 쓰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따른다.



7. 휴대폰
어찌보면 가장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이 휴대폰이 아닐까 싶다. 비지니스 서적에 보면 급한 메모는 보이스레코더를 쓰라고 하는데, 이 나라에서 자기 목소리로 메모를 하는데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녹음기에 대고 "2005년 11월 7일, 오전 10시 12분 아이디어 메모. 새로운 전투 시스템에서의 핵심 요소는 콘솔 게임 특유의 한정된 인터페이스에 적합한...어쩌고 저쩌고..."라고 중얼거리는데 거부감이 없는 사람은 보이스레코더를 써도 좋다.

나라면 차라리 그 시간에 수첩 펴놓고 메모를 하겠다. 거부감이 없는 사람은 요즘 신형 휴대폰에 딸려 나오는 녹음기능을 쓰면 된다. 잔소리를하자면 어차피 그 내용은 또 손으로 옮겨 적어야 할테니 두 번 일하지 말고 그냥 손으로 적어라.

휴대폰의 메모기능으로 유용한 것은 교보문고를 돌아 다닐때 "오옷! 이 책은?!! 담에 이 책 사야지!"라는 생각이 들때 책 표지를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두는 것이다. 디카를 꺼내 찍는 것보다 간편하고 직원들에게 걸려 욕먹을 확률도 적다.

나는 서점에서 주섬주섬 플래너를 꺼내기보다 그냥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버린다. 나중에 서점에서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을 보고 그 책을 기억해 낸다.

이건 꼭 가보고 싶은 식당 간판을 찍어두는 방법으로 응용가능...





이 밖에도 포스트잇을 사용하는 방법등도 있는데 이건 다이어리나 노트와 같은 플랫폼이 있어야 제대로 쓴다. 나도 포스트잇을 무쟈게 쓰는 편인데 보통 가까운 시일내에 쓸 내용은 핸드폰이나 지갑 안쪽 신분증 넣는 투명비닐 위에 붙여둔다. 물론 쓰면 버린다.

포스트잇은 그걸 붙여둘 플랫폼을 확보하지 않으면 잘 잃어버려 무용지물이 되기 쉬우니 얇은 수첩이나 혹은 나처럼 지갑이나 핸드폰에 붙이는 방식으로 한 가지만 정해서 사용해야 혼동이 없다.

사실 우리 어머니는 포스트잇만으로도 큰 불편없이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시는데 우리 어머니는 나처럼 핸드폰 안에 붙여두시는 방법을 쓰신다.


사실 메모를 하는 것은 습관의 문제고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게 제일이다. 그리고 기능성이 높을수록 활용하는데 노하우를 요구한다. 때문에 플래너 같은 것은 초보자에게 좀 무리다. 노트를 써보고 다이어리로 업그레이드 하고 그러고 나서도 꾸준히 메모를 하게되면 플래너로 업그레이드 하면 된다.

그리고 플래너가 만능해결사는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굳이 값비싼 플래너를 쓸 필요는 없다.

반면에 몰스킨은 사용하는 것 자체로 이미 즐겁지만...역시 가격대 효용이 대단히 낮음을 기억해야 한다. 장당 200원 가까이 하는 비용이 필요로 하고 몰스킨 5페이지를 쓰면 노트 한권을 살 수 있다. 회의 시간에 꾸벅꾸벅 졸면서 낙서 하기에는 몰스킨이 너무 아깝다.

뭐, 잘난 것은 없지만 늑호가 생각하는 각 솔류션의 장단점을 모아봤습니다. 나름대로 이 글이 쓸만한 조언이 될 수 있다면 이 징하게 긴 포스트를 남긴 보람이 있겠지요....^^;
2005/11/07 14:33 2005/11/07 14:33
늑대호수
취급 설명서 2005/11/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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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ska 2008/07/19 09:04  수정/삭제  댓글쓰기

    플래너는 이미 쓰고있고
    몰스킨을 질러볼까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들렀습니다.

    마지막부분의 "회의 시간에 꾸벅꾸벅 졸면서 낙서 하기에는 몰스킨이 너무 아깝다. " 라는 대목이 몰스킨 지름신을 막아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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