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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실 웹 상에 올라오는 이러저러한 말들 - 특히 내가 쓴 글에 대한 이야기들에 대해서 굳이 대답을 하는 것도 좀 그런 일이다보니 가급적이면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긴 하다. 그렇지만 뭐 이 정도 이야기는 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짧게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다.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하거나, 스토리가 마음에 안드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모두에게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이 작가의 목표이긴 하지만, 그건 모두에게 공평한 정치 만큼이나 이상론이니까. 세계관이 마음에 안들거나 캐릭터들이 취향에 맞지 않은 거야 작가인 내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라는 식으로 끝나는 것에 대해서 문제점으로 지적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는 좀 당황했다.

의외의 점이라서가 아니라, 이게 결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사실에 당황해 얼어붙어 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숨을 쉬는 것처럼 너무 당연한 부분이라 문제점이라는 지적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을 해야 했을 정도이다.

작가인 주제에 나도 국어는 좀 서툴지만(국어가 쉽다는 놈들은 일단 눈 오는 날 먼지나게 맞고 시작...응?), 대체적으로 평균적인 한국어에서 "~다."는 가장 기본적인 종결어미가 아닌가? 아니, 솔직히 말해서 국어에서 "~다." 종결어미로 끝나지 않아도 좋은 예를 세어보는 쪽이 더 빠르지 않은가?

한 줄에 꼭 하나씩 "~다."가 들어가서 힘들다고 하는데, 애초부터 "~다."가 정상적인 서술의 종결형이니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비교적 문장을 잘 쓴 작가에 속하는 아리카와 히로의  최신작 "별책 도서관 전쟁 1권"에서 임의로 펼친 페이지 75페이지를 확인해 봤다.

가장 첫 문장인 대사 스크립트를 제외하고 두 번째 등장하는 문장 "~웃었다."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문장 "~한다."까지 75페이지는 대사를 제외하고 모두 11개의 문장이 나온다.

~웃었다.

~잡았다.

~때문이다.

~대기다.

~끊었다.

~있다.

~열린다.

~것이다.

~없었다.

~먹었다.

~한다.

이것이 본문 75페이지에서 사용된 모든 서술문장의 구조이다.

작중 히로인인 카사하라 이쿠가 1월 1일을 보낸 과정에 대하여 정확히 10개의 서술문(1개는 이전 단락의 서술문이다)을 사용했으며, 모두 "~다."라는 제대로 완성된 형태의 종결어미를 사용했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이 페이지를 읽는데 아무런 위화감이나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

의문형이나 가정형, 기타 특수한 형태의 문장 종결이 아닌 이상은 대체적으로 서술문의 종결은 "~다."로 끝맺음 하는 것이 정상이고, 용언의 기본형도 "~다."로 끝나게 되는 것이 국어이다. 당연히 국어로 소설을 썼으니 국어의 형식에 맞춰 문장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씬의 연출이나 특정 흐름의 완급을 주기 위해서 나도 미완성 형태의 문장을 종종 사용한다. 그나마 이것도 예전이라면 결코 쓰지 않았을 방법이었다. 몇몇 일본 작가들의 문장 미완성 버릇은 솔직히 말해서 1. 기본 적인 문장완성 능력이 딸린다. 2. 과잉공급된 자의식에 도취되어 있다. 3. 완성하지 않은 것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와 같은 세 가지 경우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 혼나려나?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라이트노벨 작가들 중에서 문장을 제대로 쓰는 작가의 작품들이 그렇지 않은 작품들보다 재미 있었고, 완성도도 높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문장을 잘 쓰는 편이라던가, 내가 국어 실력이 뛰어나다는 소린 아니다. 나름대로 노력하는 편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자각할 뿐이다. 오히려 국어를 제대로 못 쓰는 작가 목록의 상위권에 있지 싶다. ㅠ.ㅠ 국어가 쉽다고 말한 놈들 다 집합해! 버럭~

(당장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수정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문법이고 뭐고 휘갈겨버리는 놈이 할 소리는 아니지만...)

어쨋거나 적어도 작가가 문법을 파괴하는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는 상태에서 파괴해야 한다. 창조를 위한 파괴라는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세계를 멸망시키는 악당들이 내뱉는 대사일 뿐이지. 게다가 그런 발언 했던 놈들치고 주인공에게 응징당하지 않았던 적도 없잖은가?

솔직히 말하면 스티븐 킹이 말한 "주어 + 동사 구조 만으로 이루어진 문장을 써라! 중간에 이것저것 잡스러운 것들을 끼워넣지 마라!"를 지키고 싶어도 그렇게 글을 쓰지 못해서 고민을 하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공부할 것도 많은 작가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 형용사니 부사니 무심코 집어 넣는 나를 발견하면 한밤중에 키보드 앞에서 자괴감에 빠지는 그런 인간이다.

내가 문장을 배운 것은 대부분 하드보일드 작가들의 글을 통해서 였다. 그 간결한 문장을 쓰는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습작시절을 거쳐 온 내가 아직도 겉치레와 장식을 무심코 사용하는 것을 보면 글쓰기의 길은 확실히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내가 문장력이 부족한 작가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나도 라이트노벨을 쓰면서 연출 상의 이유로 불완전한 표현을 서슴없이 쓰는 인면수심의 만행을 저지르고는 있지만, 그래도 개선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제대로 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다보면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제대로 된 문장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명사나 형용사로 문장이 끝나는 작가들 - 특히 일본 라이트노벨 작가들의 책은 읽지 못하겠고, 그런 문장으로 써야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차라리 글쓰기를 관둘 생각이다. 사실 일본 라이트노벨 작가들이라도 제대로 된 문장을 쓰는 쪽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그리고 그 작가들의 책이 훨씬 가독성이 좋고, 스토리도 재미 있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말이다.

2010/04/05 16:55 2010/04/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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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켄  | 2010/10/23 22:12
옳은 말이죠. 저도 예전에 자꾸 ~다 형식으로 끝나는 것 땜시 고민했다가 생각해보니 그게 가장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사형식으로 끝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지만 역시 다 쓰는게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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