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아들의 QT인증과 한예종
사실 이런 시대라서 뉴스를 안 보고 사는 쪽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하지만 그건 또 한나치당과 거기에 충성하는 무장친위대들이 바라는 바(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라서 순순히 그 놈들의 바람을 들어줄 수 없지.
그런 와중에 이런 뉴스가 눈에 밟힌다.
관련기사 : 유인촌 장관, 자멸의 길로 가는가?(via. 프레시안)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사퇴시키는 과정에서 써먹은 치졸한 공격은 사람의 얼을 빼놓는다.
막말로 한 번 생각해보자. 3년동안 술값으로 280만원 탕진이라는 말이 가당키나 하냐?
대뇌피질의 뉴런 연결이 좀 부족한 인간들은 "아니, 총장이라는 작자가 술값으로 몇 백만원을 탕진해?"라고 생각하며 이장님 아들의 선동에 속아넘어 간다.
까놓고 말해서 소위 말하는 텐프로를 가면 시간당 소진되는 금액이 300만원쯤 될거다.(안가봤으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몇 시간 놀고서 천만원 단위의 계산서가 나오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말이다)
"이론과를 폐지하고 실기교육을 강화하는 등 한예종 구조 전반에 대한 리모델링을 해당 국/실에서 추진하겠다"는 문화부 감사관 발언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예산집행이나 행정절차에 대한 감사 지적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매우 섬세하고 특수한 예술교육분야에서 아카데믹 시스템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행정관료들이 손보려 하다니, 나는 거기서 파생될 우리 문화의 전반적인 반달리즘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황지우 총장의 사퇴의 변을 읽고 깊은 공감을 느꼈다.
내가 배운 예술론이야 대학시절에 교양과목으로 수강한 "서양 미술의 이해"와 "미학개론", "전쟁과 인간", "영화의 이해", "현대 영문학의 이해"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기껏해야 5~6 과목이 전부였다. 고로 나란 인간은 솔직히 말해서 예술에 대해서는 그냥 입문자 내지는 초보자 레벨에 불과하다.
하지만 적어도 저 과목들을 수강하면서 예술이라는 장르의 크로스오버적 성향은 확실하게 실감했다.
전쟁을 다룬 문학작품을 분석하고 거기에 나온 인간군상에 대해서 토론하는 "전쟁과 인간" 강의는 현대 영문학 작품에 대한 개괄인 "현대 영문학의 이해"와 스펙트럼이 겹쳤다. 게다가 미학개론과도 결과적으로 레퍼런스로 읽어야 하는 책들이 상당수 겹치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이 모든 과목을 같은 학기에 수강한 덕분에 혼선을 빚으면서 꽤 고생을 했지만 괜찮은 경험이었다.
(불필요한 사족이지만 이 학기에 전공수업은 모두 F학점 크리를 먹었다...ㅎㄷㄷ)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교육시스템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나쁘진 않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 전까지 교육시스템이란 멀쩡한 사람을 좆병신으로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체제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괜찮은 커리큘럼이었다.
그 시절의 대학 교양과목을 통해서 내가 배운 것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예술이라는 장르는 핀포인트 주입식 교육으로 커버할 수 없는 극단적인 문어발 학문이다. 이론과 비평이 서로 뒤죽박죽 얽히면서 엄청난 카오스를 만들어 낸다. 서양 미술과 영화의 이해는 서로 겹치기 일쑤였고, 미학개론과도 서로 엇갈리며 씨실과 날실이 되어 버렸다.
두 번째는 저런 과목들을 수강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으로, 관치예술 내지는 엘리트주의가 예술을 황폐화하는데 일등공신이라는 점이다. 특히 전쟁과 인간 과목을 수강하면서 그 실례를 진저리치게 봤다. 아, 그 역겨운 관치예술들의 향연이란 정말 병신들의 축제 같았다.
이러한 행위들은 황 총장의 말처럼 반달리즘으로 가는 초특급 편도차표이다.
반달리즘이 내포한 파괴행위는 보통 "더이상 때려부술 대상이 없어져야" 겨우 끝을 맺는다.
문화적/예술적 감수성이 빈곤한 자들이 "그리스 문명의 정수"를 흉내내고 싶어서 선택한 방법은 그리스 고대 건축물들을 박살내 기둥과 부조, 석벽을 뜯어오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반달리즘이고 이게 바로 이장님 아들의 주도하에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술의 현 주소이다.
이런 행위들은 결국 더이상 뜯어올 석벽과 기둥이 없어져야 끝난다.
그리고 그 시점에 이르면 무언가를 창조할 여력은 소진된 상황이고 아무런 문화도 문명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국가 자체가 쇠락의 길을 걷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관치예술의 폐해는 굳이 멀리 갈 것도 없다.
나치 시대에 재능있는 예술가들의 행보를 보라. 그리고 스탈린주의가 판을 치던 구 소련에서 어떤 예술작품들이 나왔는지 상기해보라.
예술대학의 구조조정안을 동국대 교수가 제시하는 것도 웃긴다.
GM의 구조조정안을 삼성이 제시하면 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래?
이런 아무리 생각해도 관치예술로 가는 분위기에 밥숟가락 슬그머니 얹으며 무임승차하려는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다. 내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진다.
예술교육에 있어서 예술이론이 중요하지 않다니, 조기영재교육에 특화시켜야 한다니.
대체 이런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대뇌 시냅스가 얼마나 헐렁해야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냐?
예술적 천재들은 어차피 처음부터 "교육"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난 놈들이다.
진짜 천재들은 어차피 기성세대나 현 시대의 교육 시스템으로 커버할 범위도 아니니까 그냥 냅두면 된다.
그런데 이론과 비평을 줄이고 과목에 특화된 영재교육이라니?
삶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냐?
영재란 존재는 기껏해야 일반인보다 몇 년정도 빠르게 기술을 습득하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기술습득 과정이 끝나고 그 영재가 빛을 보려면 핀 포인트 분화교육보다는 폭 넓은 감수성을 키울 교육이 필요한 거다.
영화가 문학과 떨어져 존재할 수 있냐? 미술이 사진과 영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냐?
한 나라의 문화부 장관이고 한 대학의 교수라는 작자들이 문화적 이해도가 그 따위냐?
결국 예술 영재의 조기발굴과 특화된 교육은 그냥 프로파간다에 불과한거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보수이념에 충실한 관치예술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만들고 싶은거다.
맨날 좌빨 운운하면서 어째 하는 짓들은 스탈린주의를 벤치마크하고 있냐? 늬들 정체성이 궁금하다.
만약에 내 의견에 반박을 하고 싶다면, 볼프강 보르하르트의 경우를 한 번 설명해보라.
2차대전의 지옥에서 너덜너덜한 육체로 살아남은 이 독일작가는 24살의 나이에 전쟁으로 피폐해진 육체를 추스리며 필사적으로 글을 쓰다 죽었다. 그리고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수준의 작품집을 우리에게 남겼다.
그의 걸작이 영재교육의 산물인가? 이론이 배제된 특화교육의 산물인가?
그의 예술적 토양은 아이러니하게 관치예술이 판치던 나치의 폭정이었다.
나치들이 전 유럽을 상대로 자살특공을 벌이는 과정에 휩쓸린 보르하르트는 육체와 정신이 황폐해졌고, 철조망과 기관총이 지배하는 지옥 안에서 인간성이 붕괴하는 현장을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그는 죽는 순간까지 필사적으로 글을 썼다.
그가 어떤 것들을 보았는지는 그의 작품집을 읽어보면 안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서 배워야 한다.
::: 덧붙임 :::
누군가 덧글로 말했는데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개념탑재하고 있으면 살아가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짐."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하긴..........
누군가 덧글로 말했는데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개념탑재하고 있으면 살아가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짐."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하긴..........
생활/열린사회와 그 적들
2009/06/0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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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에 동의 한표요...
넵........ㅠ.ㅠ
볼프강 보르하르트라? 체크해야 겠군요.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이별없는 세대-이책 맞지요?
꼭 읽어 보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훌륭한 작품집입니다.
건드릴게 있고 안 건드릴게 있는 법인데 말이죠...
정말 가만 보고 있으니깐 좋아서 가만 있는지 아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왠지 얼마 안가 한번 터질것 같은데 그땐 정말 한번 제대로 해봐야 겠어요.
이 정권에서 터진다면.......제대로 끝장을 봐야 할 겁니다.
친일파들 싸그리 모아서 분리수거하고 시대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는 잉여인간들도 격리수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