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아하면서 미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하루를 이렇게 보내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좀 더 많은 책들을 읽어야 한다.
나는 좀 더 많은 글들을 써야 한다.
나는 좀 더 많은 것들을 들어야 한다.
나는 좀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좀 더 세상과 싸워야 하는 것 같다.

영혼에 낀 지방을 걷어내고, 영혼에 찌든 녹을 닦아내며.



..............................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것이 자랑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함께 분노하고 소리친 것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임기 중후반에 보여 주었던 신자유주의 정책에 분노했다.

그가 이 땅의 기생충들을 짓밟으며 가난한 자들을 위해 허리를 숙이길 기대했다.
그가 조중동과 친일파들을 숙청하고 그들과 싸우길 기대했다.

그러지 못했기에 그에게 짜증을 냈다.

하지만 나는 처음으로 떠나는 이의 등에 대고 박수를 칠 수 있었다.
당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야반도주 하지 않았던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요새에 틀어박혀 농성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그가 떠난 지금 나는 생각한다.

나는 좀 더 공부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너무 이른 지도자였고, 결국 국민들은 그를 따라가지 못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이 사진 속에 보이는 그의 모습이 가장 좋다.


::: 덧붙임 (5월 24일 일요일):::

인천본가를 다녀오는 길에 전철역 입구에 마련된 분향소를 다녀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군데군데 붉어진 눈으로 망연자실하게 앉은 사람들도 있었다.
평소라면 술에 취한 사람들의 고함소리로 가득했던 이 광장이 낯설게 느껴졌다.

무슨 말을 써야 할 지 고민했다. 아주 짧은 순간동안 나는 어지러웠다.



"차라리 이제는 영원한 안식이 함께 하시길 빌겠습니다. - 권병수 - "



내가 글을 쓴 이후로 이렇게 힘든 문장은 처음이다.
좀 더 절실한 문장으로 쓰고 싶었는데.
내 온갖 상념을 담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는데.
펜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 씨바. 나 글쟁이 맞냐?

결국 한 송이의 국화를 헌화하고, 무릎을 꿇고 분향하는 동안 마음이 못내 답답해졌다.
나 생각보다 단단해졌다.
마음이 단단해져 울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이 땅에 남겨진 "포괄적 살인자"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2009/05/23 22:58 2009/05/23 22:58
늑대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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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謹弔 tracked from General quarters! All hands, battle stations! 2009/05/24 12:27  삭제

    어제 아침에 일어나 우연히 TV를 켜고 나서 한나절 동안 멍하니 뉴스만 봤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소름끼쳐 본 적은 없었다.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로리! 2009/05/24 02:33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저 눈물을 흘릴 뿐 입니다. 그리고 그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괴롭습니다

    • 늑대호수 2009/05/24 23:46  수정/삭제

      우리는 좀 더 강해져야 합니다. 이를 악물고.

  2. 가재괴물 2009/05/24 03:44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루종일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해 뭐라고 말이.....................2003년 5월23일 전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6년후 같은날 은근히 지지하던 한분의 대통령을 잃었습니다.
    5월.................정말 싫은 달입니다.

    • 늑대호수 2009/05/24 23:47  수정/삭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3. 고중장 2009/05/24 19:44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좋아하던 지도자였던 분이죠..
    명복을 빌며... 저 상황을 만든 양반들이 다른 뻘짓을 하지 않기를 빌며...

    • 늑대호수 2009/05/24 23:48  수정/삭제

      계속 뻘짓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심판해야 합니다.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은 아니고, 시작 일 수 있습니다.

  4. 이일우 2009/05/25 07:37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로리군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열심히 지지해왔으며 재임당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힘들어하던 그분을 보며 가슴아파했으며, 봉화마을에 내려갔을때, 그분의 행복을 기원했건만.
    지금은 진심으로 온마음을 다해 슬퍼하는 일외에 아무것도 할수 없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제적으로 살해해버린 범인들과 나를 포함한 공범을 평생 용서하지 못할것 같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그분의 죽음으로 생길 반사이익(?)을 계산하며 주판알을 팅기고 있을것이고, 누군가는 쥐구멍 속에서 전전긍긍하고 있겟지요. 가슴아픈 현실입니다.

  5. 이일우 2009/05/25 09:14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중에 봉하마을 다녀올까 합니다.
    민주당이 차린 분향소에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 늑대호수 2009/05/25 10:29  수정/삭제

      주말부터 계속 이런 상태가 계속되는 군요.
      다녀오시는 길에 저를 대신해서 향 하나만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6. shadowfiend 2009/05/25 09:19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방쪽으로도 노스마르크라고 불릴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신 분이셨지요. 이제 정말로 군대를 챙겨주는 지도자가 과연 나타날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우울한 나날입니다.

    • 늑대호수 2009/05/25 10:29  수정/삭제

      이 와중에도 헛소리 지껄이는 자들 때문에 계속 열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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