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케이블 채널에서 연예인 관련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나로서는 대체 이런 프로그램의 용도를 짐작할 수 없지만 뭐 하여간-

프로그램의 요점은 키스를 하고 싶은 남자 연예인 순위를 매기는 것이었다. 뭥미?
대체 뭐하러?

주인장: 대체 저 프로그램의 요지는 뭐냐? 연예인과 키스를 해서 뭘 어쩌고 싶다고?
(최종보스) 마눌님: 왜에? 사춘기 시절의 여자애들은 다 그런 꿈 꿔...남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주인장: 아아- 중딩 시기의 페로몬 만땅 숫컷들도 비슷한 꿈을 꾸지...
마눌님: 옵화도 그랬어? @_@
주인장: (절대단호하게) 절대 아니지! 어림 택도 없었지!
마눌님: 왜에?
주인장: 이런거 보면서 하악하악 해대고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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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짤 : 순도 100%의 엄친아 루이스 해밀턴!(Monza Race까지 승점 78포인트! 야 임마!)]

마눌님: .............................
주인장: 사춘기 시절(14~16세)의 나는 저런 거 보면서 껌벅 죽었지. "저만큼 예쁘고 매력적이고 흡입력을 가진 여자는 세상에 없는 거야?"라고 생각했지. 연예인들 따위는 눈에도 안들어왔고, 시간낭비라고 생각했거든. 크으~ 저 프론트 카울에 키스를 해볼 수 있으면! 저 디퓨저를 더듬더듬 할 수 있었으면- 으으....
마눌님: (하아-)...................이 진성 차덕후야!(버럭~)


...................................뭐 픽션과 논픽션의 비율은 알아서 짐작하시길...훗~

근데 실제로 그 시절의 나는 자동차를 너무 좋아해서 여자친구를 사귈 여유가 없었다.

마침 내 사춘기 시절은 세계경제의 호경기를 등에 업고 전 세계의 자동차 메이커가 스팀팩 맞은 파벳처럼 날뛰던 시기였다. 일류 메이커는 물론이고 듣보잡 백야드 빌더들까지 핏발 선 눈으로 무지막지한 슈퍼카를 쏟아냈다. 게다가 당시의 F-1WRC 경주에서는(나스카라던가 다른 경주에서 그렇고) 매년 무지막지하게 높아지는 경주차의 출력 때문에 아까운 천재들이 죄다 경기 중에 사망플래그를 퍽퍽 꽂아대던 학살의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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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WRC 최악의 참사]
- 비운의 명기 델타S4와 천재 드라이브 트보넨이 저렇게 되었고, 그룹B경주는 폐지되었다

델타S4는 데뷔 첫 해에 푸조를 발라버리고 1, 2위를 동시에 마크한 괴물머신이었는데,
결국 그 성능 때문에 아까운 드라이버와 함께 최후를 맞이했다. 



헨리 트보넨과 그의 마지막 머신 델타S4의 소름끼치는 역주...
천재란 이런 것이구나 싶은 모습이지만.......결국 이 차와 드라이버는 위의 사진과 같은 최후를 맞이한다.
위 동영상의 플레이타임 3분 30초 쯤에서 나오는 스웨덴 경주와 포르투칼 경주(사고발생)를 보면
귀기어린 질주가 이런 느낌이구나 싶은 모습을 볼 수 있다.(다시보니 소름이...)

그런 레이서들의 피를 먹고 성장한 자동차 업계는 무지막지한 기술력 급등을 과시하며 지금도 자동차 역사에 남을 명차들을 매년 쏟아내던 시기였다. 뭐랄까 지금 돌이켜 보면 무시무시한 시대였구나 싶은 기분은 든다.
요즘은 안전장치도 발달했고, 출력제한도 빡세게 걸어대고 있어서 경기중 사망크리는 드물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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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의 발달은 이런 사고(2008년)도 그런가보다 하게 만든다. 무덤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경제 불황도 있고 환경문제도 있어서 예전만큼 무식한 놈들은 태어나지 않는다. 결국 영혼을 담은 차들의 숫자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요즘은 1년에 전 세계를 통틀어 한 대쯤 나오면 그 해는 대단한 빈티지 연도가 될 지경이다.

이건 무슨 공장형 무협지도 아니고 전 세계 메이커가 매년 똑같은 차들을 찍어낸다. 그런 것들은 그냥 공산품이지 영혼의 그릇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아이톤 세나처럼 희대의 천재가 시속 250킬로짜리 충돌사고로 사망하는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건 정말 무지한 시대의 무모한 광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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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WRC 포드 경주차]
참고로 이건 자동차이지 비행기가 아닙니다!!

기술력은 날로 세련되어 지는데 영혼을 담은 차의 숫자는 날로 줄어든다.
기통수로 승부하겠다고 V16기통이라는 해괴한 물건을 만드는 놈들도 없고, 바퀴 6개 달린 경주용 머신을 설계하는 놈도 없다. 강력한 엔진을 싣고 싶은 욕심 때문에 후진 하려면 문을 열고 운전자가 차에 매달려 후진해야 하는 차들도 없어졌다. 운전자의 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허접한 인간이 몰면 마트 주차장에서 2단 점프로 날아가는 수술용 메스처럼 뛰어난 운동성능에 올인하는 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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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의 전설 포르쉐959(1986년)]
대체 포르쉐 개발팀이 이런 괴작을 왜 만들었나 싶지만...
당대 최강이었고, 슈퍼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고, 성능전쟁의 씨앗이 되었다.
사실은 위에서 언급한 그룹B를 위해 태어난 놈인데 포르투칼 참사이후 그룹B가 폐지되면서...
(참고로 이 디자인은 1980년대 초반에 디자인된 센스이다...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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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져라 959!! 이건 페라리 F40(1987년)]
한 해 먼저 출시된 포르쉐959의 목을 따기 위해 태어난 최악의 숙적 페라리 F40
개발목표는 단 하나! 딴 건 몰라도 포르쉐959는 일단 밟는다!

이런 시대가 바로 내 사춘기 시절의 모습이었다.
(참고로 저 F40의 모습을 보고 당시 늑호는............하악하악~)

그런데 지금은 C세그먼트 규정에 꼭 맞춘 그냥 장점도 단점도 없는 똑같은 얼굴의 무난한 패밀리 세단만 죽어라 쏟아지고, 미련 곰탱이 같은 외모에 쓸일도 없는 값비싼 장비로 떡칠한 SUV만 득실대고, Ctrl + V 신공으로 만들었나 싶을만큼 진부하고 메이커마다 똑같이 생긴 GT들이 우글거린다. 그런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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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S500 4Matic 와 모모 메이커의 모모 최신모델]
누가 형인지는 굳이 말 안해주겠음...

그래서 나는 요즘 자동차 업계가 너무 싫다.
전 세계적인 M&A 열풍이 불어 미국차에 독일제 엔진 올라가는 것도 싫고, 스바루(일본)의 플랫폼 설계를 사브(스웨덴)가 맡은 것도 싫고, 그걸 조장하는 GM(미국)도 싫다. 진성 이탈리아 캐망나니 주제에(람보르기니) 독일제 정장(아우디)입고 잘난척 건들대는 꼬라지도 보고 있으면 짜증난다.

그 빌어먹을 논리적 분석과 합리주의와 인수합병이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흐름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놨다. <싱크 이노베이션>이라는 책에서 나온 말처럼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행위에서는 아무런 감성적 크리에이티브와 이노베이션이 나올 수 없다."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가? 실제로 딱 2년 정도만 자동차 업계의 흐름을 눈여겨 보면 그 사실이 증명된다.

나야 뭐 전문가가 아니라서 이 정도로 온건하게 말하지만 제레미 클락슨처럼 독설과 비난으로 밥먹고 사는 인간은 매월 칼럼에서 내가 지적한 저 문제를 가지고 아내의 원수를 만난 사람처럼 아직도 씹어댄다.(이 인간은 아무리 영국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해도 입담이 좀 지독하다...)

....(중략) 가혹한 테스트 도중에-
다른 차들이 브레이크를 굽고, 파워 스티어링 오일을 끓이며 물 펌프를 먹고 클러치를 부수는 동안에 람보르기니는 한 쌍의 에너자이저 토끼처럼 쉬지 않고 달렸다. 이것으로 람보르기니가 불굴의, 신뢰할 만한, 독일 제품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가 람보르기니에게서 원하는 그것일까?
...
도요타 코롤라 처럼 아무런 결점이 없이 작동하는 자동차도 원하지 않는다.
...
디자인과 디테일에서 발견되는 약점은 이 얼마나 인간적인가? 우리가 하나의 차에서 기대하는 모든 특징, 모든 사소한 결점을 다 가지고 있다는 말은 그 차가 최대의 장점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거기에 맞춰 운전 스타일을 교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람보르기니는 독일의 엄친아 3인방 아우디에게 인수되면서 이탈리아적 특성이 깡그리 사라졌다...이 진성 기계오타쿠들인 아우디는 람보르기니 슈퍼카들을 출퇴근용 아우디 보급형 세단처럼 길들여 놓았다...어무이~)

결론적으로 내가 요즘 시대에 사춘기를 맞았다면 나는 결코 진성 차덕후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한창 예민하고 세상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사춘기 시절에는 메이커들이 똑같은 패밀리 세단을 만들기 보다는 남들과 다른(그게 삽질이어도) 무언가, 다른 이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 기를 쓰던 시절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싱크 이노베이션>이라는 책의 본문에서 성공사례로 인용하는 마쯔다 로드스터는 바로 내가 언급한 이 질풍노도 시대의 산물이다...우연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처럼 자신이 남들과 다른 패밀리 세단을 만들어 낼까봐 두려워 부들부들 떨고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나는 바로 저런 질풍노도의 시절에 격렬했던 자동차 업계를 보면서 자동차의 매력에 빠져 들었고, 지금까지 매니아의 길을 걷고 있다. 그 당시의 나는 무언가를 개발하고 창작하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세상사 하나로 통한다고, 게임업계도 장르소설계도 만화계도 영화계도 전부 자동차 업계와 비슷한 패턴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울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도 거기에 일조하는가 싶어서 슬픈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도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면...........제발 누군가 내 머리통을 걷어 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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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중장 2008/10/19 02:46 | PERMALINK | EDIT | REPLY |

    으음~ 한 가문의 핏줄이 줄줄이 나오는 요즘 정말 봐줄만한 차는 정말... ㅠㅠ

    그래서인지 요즘 간혹 도로에서 눈에 띄는 구형차에 열광(.........)하고 삽니다.
    -제주 시내에 포니2픽업이 있고, 한달전에 르망 레이서봤고, 새차처럼 삐까뻔쩍한 엑셀 세단을 보고... 흠~ 제주에도 의외로 구형차들 많이 생존해 있네?!-

  2. 늑대호수 2008/10/19 02:52 | PERMALINK | EDIT |

    헉?!! 제주도는 역시 다르군요!!
    저도 예전에 대우 자동차가 했던 최고의 개삽질이자 최대의 걸작이었던 무려 <르망 이름셔>를 봤습니다.

    사춘기 시절에도 항가항가 했지만 어른이 되어서 봐도 르망 이름셔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 손꼽히는 걸작이었습니다.

    가끔씩 상태 좋은 <액센트 TGR> 봐도 군침이 흐르죠...ㅠ.ㅠ
    이거 만든 개발자 틀림없이 회사에다가 뻥치고 만들었지 싶습니다. 개발자들만 아는 스펙 구라신공!

    (딱 한 번 몰아봤는데 그 기어비 보고 혼이 뻑갔습니다...)

  3. 로리! 2008/10/19 08:04 | PERMALINK | EDIT | REPLY |

    이게 다 허접부자들이 늘어서라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예전같으면 진짜 부자들이 슈퍼카를 사기 때문에 미치게 만들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큰 부자가 아니라 나름 부자들이 슈퍼카를 사기 때문에 죄다 GT화.... 왜냐하면 진자 이 사람들은 나름 몰고 다니니까요 -_-;

    다시 꿈의 시대는 오지 않겠죠..... T.T

  4. 로리! 2008/10/19 08:08 | PERMALINK | EDIT | REPLY |

    아.. 그리고 로터스 CEO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에보라를 만든 이유는 명쾌하더군요.

    "엑시지와 엘리제 유저들이 결혼하고 어찌 되었냐?"

    ......
    반론 할 수가 없는 논리더군요 (먼산)

  5. 늑대호수 2008/10/24 03:32 | PERMALINK | EDIT |

    정말 그렇군요!!! 엄청난 대답인데요? 납득했습니다.

  6. 아줌마 2008/10/19 14:35 | PERMALINK | EDIT | REPLY |

    생각하기 귀찮을 때, 우리는 흔히 '현실이 어쩌고'라고 말하죠.
    그나저나 몰랐수? 헐.

  7. 늑대호수 2008/10/24 03:32 | PERMALINK | EDIT |

    .........;;;

  8. 2008/10/20 10:06 | PERMALINK | EDIT | REPLY |

    신기한게 시장의 자유를 운운하는 시기일수록, 무엇이든 상품화할수록 상품 선택의 자유가 좁아지는 것 같군요.

  9. 늑대호수 2008/10/24 03:31 | PERMALINK | EDIT |

    모범생들만 있는 세상은 재미가 없어요!!

  10. 고중장 2008/10/21 02:38 | PERMALINK | EDIT | REPLY |

    늑호님... 엑센트 TGR이...;;;
    그냥 사람들이 '아, 그거?'하고 알수 있는 이름은 뭔가요?
    은근히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저로선 쥐쥐쳐야.......ㅠㅠ

  11. 고중장 2008/10/23 22:01 | PERMALINK | EDIT | REPLY |

    아 맞다~ 콩코드, 스쿠프 터보, 심지어는 국산이라는 것만 아는 옛날 트럭(외관은 완전 군용 두돈반?)도 제주 도내에서 쌩쌩하게 굴러다닙니다.
    그리고 뭐더라... 스텔라 닮은 다른 놈도 봤는데... 뭐더라 이름이...;;;;

  12. 늑대호수 2008/10/24 03:30 | PERMALINK | EDIT |

    콩코드라면 저희 집 차였던...전후 5:5의 중량배분과 뉴트럴스티어 라는 ㅎㄷㄷ한 특성을 가진 걸작이자, 제가 운전을 배운 교과서였죠.
    (현대에게 먹히기 이전의 기아는 조립품질이 개판이지만 진보적인 컨셉은 아주 뛰어난 메이커였습니다)

    그리고 TGR은 액센트 프로(3도어) 모델의 등급 중 하나입니다. ^^

    르망 이름셔는 2008년의 현대와 대우와 기아도 결코 만들지 못하는 -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지 못할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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