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P FEST 2008 - 공연후기
문화/사과맛 주크박스 | 2008/08/19 11:34
지난 8월 14일/15일 2일간 잠실 야구장에서 열렸던 ETP FEST 2008를 다녀왔습니다.
마눌님을 잘 둔 덕분(...)에 여차저차한 경로로 이 비싼 공연티켓을 공짜로 입수할 수 있었고, 모처럼의 여름휴가도 없었던 부부라서 여름휴가를 겸해서 다녀왔습니다. 마눌님은 양일 공연을 모두 다녀왔고, 주인장은 15일 본 공연만 갔습니다.
사실 가기 전까지 그닥 땡기는 공연은 아니었습니다.
서태지를 뭐, 그럭저럭 좋아하는 축에 속하지만 공연을 챙겨볼 정도로 좋아하는건 또 아니라서...
게다가 가기 전에 확인해보니 라인업이 그냥 그랬습니다. 별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_-a
(지났지만 이번 ETP 라인업은 구글신께 물어보세요~ㅋㅋ)
특히 14일 공연은 굳이 회사에 연차를 신청할 정도의 흡입력이 없었습니다. (물론 제 취향으로는...)
마눌님은 이 날 공연도 즐겁게 잘 다녀왔습니다. ㅋㅋ
그리하여 둘째날이자 본 공연인 8월 15일.
휴일 아침은 문답무용 뒤지게 늦잠잔다는 절대불침불문율을 깨고(...) 일찍 일어나 잠실로 향했습니다. 물론 비닐봉지와 갈아 입을 티셔츠를 챙겼고 운동화를 신었고, 바지도 막 입을 수 있으면서 수납량이 많은 카고바지로 입었습니다. 락 페스를 갈 때 티셔츠는 많이 가져갈 수록 좋습니다. 그 이유는 가보면 압니다. -_-;;;
(예전에 기억도 안날만큼 오래전의 어딘가의 공연에서는 티셔츠를 시원하게 찢어먹기도 했다죠...)
짐은 가급적 단촐하되 티셔츠는 가급적 많이.........라는 느낌이 중요합니다. 대신 짐이 많으면 그것도 죽습니다;;;;
15일 공연의 오프닝 밴드는 어떤 일본 밴드였는데(전혀 모르는) 시원하게 건너뛰고, 2번째 게스트인 바닐라 유니티 막 후반에 입장했습니다. 고로 이 밴드도 전혀 기억에 없습니다. 팬들과 밴드 본인에겐 죄송...;;;;
참고로 이날 날씨는 아주 막장이면서 락 페스다웠습니다. 아이러니라고 할까요?
공연 중에는 비가 오다가 공연 끝나고 무대교체하는 타임에는 비가 그칩니다. 그리고 공연시작하면 또 비옵니다. 아놔~ 하지만 락페스는 역시 막장스럽게 비가 와야 다들 미쳐서 날뛰는(...) 전통이 있다보니 비가 와주니 또 고맙기도 합니다. 아, 어렵다~
무대 교체를 하는 타임에는 사뿐하게 비가 그쳐주시는 센스...........하늘도 락페스를 아는구나! 뭥미?!
마눌님과 주인장은 세 번째 공연인 디아블로부터 본격적으로 참가했습니다. 이하 간단하게 라인업에 맞춰 짧은 소감을 정리하겠습니다.
디아블로
말랑말랑 밴드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 락씬에서 드물게 하드코어 라이프(뭥미?)를 지향하는 밴드.
개인적으로 예전에 있었던 자주 들었던 크래쉬(아시는 분 계실려나?)를 떠올리게 했다.
비도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겠다, 아주 제대로 분위기 만들었다.
"넓게 벌려서고 부딪쳐!!"라는 유도에 관객들은 그야말로 광란의 집단 패싸움(...야아!!)에 돌입!
Death Cab for Cutie
라인업 구성의 최대 미스매칭! 그리고 동시에 이번 락페스에서 주인장에게는 최대 수확이었던 밴드.
디아블로의 공연으로 다들 몸이 달아 오른데다 사운드도 헤비한 기타리프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서정적인 밴드의 공연은 좀 아까웠다. 게다가 비도 세차게 쏟아지는 상황이라 여러모로 안습이었고.
무대를 수습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사운드는 좋았고, 앨범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PIA
서태지 컴퍼니 소속인데, 개인적으로는 음악 취향에 안 맞아서 일단 무대를 이탈했다. -_-;;;
디아블로와 데스캡 공연 내내 비를 그대로 맞으며 소리 지르고 날 뛰다보니 티셔츠는 물론이고 바지와 팬티까지 완전히 젖어버린 상황이라 체력회복이 필요하기도 했고.
공연장을 빠져나와 미리 가져간 티셔츠 대신에 입구에서 Death Cab for Cutie의 오피셜 티셔츠를 구입해 입었다. 참고로 뒤지게 비싸다. 마눌님께서 락 티셔츠를 절대 못입게 하는 관계로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는데, 용케 이 티셔츠는 허락해줘서 다행이었다. 앨범 자켓이 프린트 된 티셔츠인데 락 티셔츠로는 안보이기 때문이었...;;;
[ 마눌님의 사후검열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 - 이건 언론탄압에 굴하는 주인장 ㅎㄷㄷ ]
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미 두 공연동안 미쳐서 날뛴 직후라서 몰골이 대박이다. 노숙자와는 초속 5cm정도 간격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수준. -_-;;;
(참고로 저 카고 바지의 원래 색깔은 밝은 크림색이다.........사진의 모습은 이미 푹 젖어버린 상황...)
사진에서 입고 있는 저 티셔츠가 바로 뒤쪽에 보이는 하얀 천막에서 팔던 Death Cab for Cutie의 공식 티셔츠이다. 앨범 자켓을 그대로 인쇄한 티셔츠인데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MP3 파일을 다운 받아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평생을 가도 맛보지 못하는 즐거움이 이런거다. 앨범 자켓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음악을 귀로 듣는 것이 한 세트로 이루어져야 진짜 음악을 듣는거라고 생각한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죽어라 해드뱅잉을 하다보니 이 더위를 참으며 머리를 계속 기른 보람을 느꼈다. 머리를 흔들때 젖은 머리카락이 차락차락 넘어가는 느낌이란.........크으~
일단 저런 노숙자 몰골까지 5cm의 모습으로 다시 공연장으로 고고싱.
MONKEY MAJIK
캐나다인과 일본인의 혼성 밴드인데 서양인이 일본어로 노래부르는 독특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마눌님이 가장 기대하던 밴드로 나중에 떼창 부를때 마눌님은 함께 합창할 수 있었다. 나야 처음듣는 밴드라서 그냥 달리기만 했다. 우어어어~ 웩~웩~웩~ 꾸엑~ 꾸엑~
공연이 끝나고 사인이 들어간 어쿠스틱 기타를 관객에서 넘겨주는 센스까지~
MAXIUM THE HORMONE
일본 밴드 라인업에서 거의 유일하게 달리는 밴드......
상당한 포스를 자랑하는 여성 보컬 겸 드러머가 아주 인상적이다. 좀 쓰잘데 없고 의미불명의 포즈를 관객들에게 강요해서 어리둥절하기는 했지만 일단 그라울링 위주의 보컬에 연주도 제대로 달리는 밴드였다.
개인적으로 역시 락페스에는 이런 놈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밴드가 달리다보니 관객들도 달린다.
밴드가 달리자 사방에서 해드뱅잉과 점핑은 기본이고 본격적으로 기차놀이(?)에 슬램과 모싱이 벌어졌다. 멀리서 보고 있으면 다들 제대로 미쳐서 날뛰고 있는 므흣하고 훈훈한 정경이었다. 그래, 이 정도는 미쳐서 지랄을 떨어야 락 매니아이고 락페스이지.....쵝오!!!
락 공연장에서 얌전히 있는 것은 클래식 공연장에서 휘파람을 부는 것과 비슷한 짓이다. -_-;;;;
참고로 락 매니아가 아닌 분들에게 해설을 하자면,
해드뱅잉은 머리를 원수의 눈썹을 짓밟듯 흔드는 행위를 의미하고 점핑은 말그대로 점프! 이 날은 볼 수 없었지만 서핑은 관중 속으로 뛰어들어 관중들 손을 타고 이리저리 짐짝 취급 당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모싱은 온몸을 인정사정 없이 흔들며 날뛰는 행동인데 옆에서 보면........항문에 불붙은 다이나마이트가 꽂힌 사람처럼 보인다......
슬램은 말그대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해서 육탄돌격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거 완전히 애인의 불륜현장을 급습하는 기세로 부딪히는데다 여자나 체구가 작은 사람에게도 인정사정 없기 때문에 좀 주의해야 한다. 제대로 맞으면 병원으로 고고싱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종종 멋모르는 여자애들이 슬램을 당하고 와이어액션처럼 날아가 널부러지는 훈훈한 광경도 볼 수 있다.
(예전에 주인장은 누군가에게 공중에서 팔꿈치 가격을 당해서 지대로 파스 신세를 졌다....)
주인장은 이제 30대 중반을 찍은 나이라서 모싱이나 슬램은 꿈도 못 꿨다. 전력으로 달려와 서로 부딪히는 슬램이 바로 옆에서 벌어졌는데도 감히 들어갈 엄두가 안났다. 딱 보니, 저기 들어가고 싶으면 일단 유서부터 쓰고 하드에 있는 야동부터 지워야겠군.....싶었다. 뭥미?
요즘 애들의 과감한 슬램에 감히 끼어들어서 방어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지 않더라......나도 늙은거다........
Dragon Ash
솔직히 이 밴드는 좀 별로...
예전에도 별로 귀에 안들어왔고, 이번에는 2명의 댄서(?)까지 동원해 라틴계의 냄새(?)가 잔뜩 들어간 연주를 했는데, 해가 짱짱한 날씨라면 몰라도 우중충하게 비가 쏟아지는 분위기에 라틴 스타일이라니?
The Used
꽤 유명한 밴드인 모양인데, 난 왜 모르겠지?
일단 라인업에서의 위치는 아주 적절했고, 무대와 사운드 세팅에 시간을 잡아먹은 것도 납득할 수 있는 연주였다. 그런데 마지막에 인사로 "아리가또~"라고 말해서 빈축을 샀다.
앞줄에서 공연을 본 사람의 후기를 보면 그러고 나서 야유가 터져나오자 씩 웃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는데 내 위치에서는 안 들렸다. 듣자하니 MCR과 함께 약쟁이 동기이고 평소에도 지랄맞은 짓을 자주 하고 다닌다는데 머리통이 반쯤 맛이 간 인간이라면 충분히 고의로 그런 짓을 할 것 같기도 하다.
공연중에 무대를 촬영하는 카메라 렌즈에 대고 걸쭉한 가래침을 뱉거나 정액을 뿌려대지 않는 것으로도 대단하지 멀~
서태지 컴백무대
선곡도 그렇고 나쁘지 않았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침 소리는 들리는데 남은 시간이 안 보이는 시한폭탄처럼 극에 달했다. 울먹이면서 모싱을 해대는 여자도 보이고 다들 점핑의 고도(...)가 높아졌다. 어이! 그 높이는 서전트 점프잖아...아놔~
역시 이번에 발표된 MOAI에 과거 곡들 Live Wire 같은 곡들이 더해졌다. 공연을 시작하는 순간, 무대 전체를 가리던 초대형 천막이 쏟아지고 하늘에서는 때마침 헬기가 뜨고(기종 판별을 하겠다고 눈을 부릅 떴는데 어두워서 당최 알수 없더라) 무대 프레임 일부가 내려오면서 서태지가 나왔다. 무대 연출은 그야말로 극강!
앵콜요청이 있었지만 "뒤에서 맨승이 흉아가 기둘려요~"란 말과 함께 퇴장했다.
MARILYN MANSON
사실 난 이 형님의 공연을 보러갔다고 봐야 한다. -_-;;;
비가 잔뜩 쏟아진 날씨에 음산한 무대연출과 함께 맨슨형님이 나왔다. 크아~ 그 다크포스는 역시 후덜덜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의 글렘 밴드처럼 화장으로 떡칠한 얼굴에 식칼이 달린 마이크를 들고 무대를 뛰고 기고 널부러지며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연주도 일단 시쳇말로 표현하면 닥치고 개쩌는 수준이었다.
이게 다른 표현이 마땅치 않은게, 연주 그 자체의 퀄리티가 듣는내내 전율 그 자체였다. 맨승이 흉아도 맘에 들었는지 노래 끝날때마다 "마더퍽커~"를 연발했다. 이거 당연히 칭찬의 의미로 쓰는 인간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제야 본편시작~ 이라는 느낌이었지만, 이미 12시간에 걸쳐 비를 쫄딱 맞으며 날뛰던 상황이라 체력이 한계였고, 이거 저체온증 징후가 아닌가 싶은 낌새가 느껴졌다. 추위와 탈진으로 입술 끝에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했으니 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맨승이 형님의 공연은 절반만.......그것도 관객석에 앉아서 보다가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것으로 이 날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이미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화장실에서 젖은 티셔츠를 벗고 마지막 남은 세 번째 티셔츠를 갈아입으니 체온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다른 후기를 보니 맨승이 형님의 공연은 이게 락 페스 마지막 라인이었는지 맨승이 형 단독공연인지 분간이 안가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장장 2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의 라이브였다니........이 형님은 역시 제 정신이 아니다.
공연장에서 찍은 사진은 사실 거의 없다.
일단 비가 쏟아져서 기껏 방수처리 해 둔 가방 안에서 카메라를 꺼내기도 난감했고, 우선 마눌님이나 주인장이나 음악에 맞춰 소리 질러대며 날뛰는데 바빴다. 덕분에 아직도 어깨와 목 주변에 통증이 남아있다...
모처럼의 여름이었고, 모처럼의 공연이었고, 모처럼의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쿵쿵 몸을 울려대는 연주에 맞춰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머리를 흔들며 춤추고 하늘을 향해 퍽큐를 날리며 고함을 질러대니 가슴이 탁 트였다. 살 것 같다는 기분이었다. 무저갱에서 기어나와 처음으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생존에 안도하는 느낌?
락 페스는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락을 듣는 거다. 그러기에 락인거다.
20대 초반 시절에 나는 내가 30대가 되어서도 락을 듣고, 락에 감동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걱정했다.
다행히도, 나는 30대 중반을 찍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락을 듣는다. 아니, 여전히 락 음악만 듣는다.
10대 시절에 나는 Metallica를 들었고, 20대 시절에 나는 Nirvana를 들었다. 그리고 30대가 된 지금은 Radiohead를 듣는다.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마눌님을 잘 둔 덕분(...)에 여차저차한 경로로 이 비싼 공연티켓을 공짜로 입수할 수 있었고, 모처럼의 여름휴가도 없었던 부부라서 여름휴가를 겸해서 다녀왔습니다. 마눌님은 양일 공연을 모두 다녀왔고, 주인장은 15일 본 공연만 갔습니다.
사실 가기 전까지 그닥 땡기는 공연은 아니었습니다.
서태지를 뭐, 그럭저럭 좋아하는 축에 속하지만 공연을 챙겨볼 정도로 좋아하는건 또 아니라서...
게다가 가기 전에 확인해보니 라인업이 그냥 그랬습니다. 별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_-a
(지났지만 이번 ETP 라인업은 구글신께 물어보세요~ㅋㅋ)
특히 14일 공연은 굳이 회사에 연차를 신청할 정도의 흡입력이 없었습니다. (물론 제 취향으로는...)
마눌님은 이 날 공연도 즐겁게 잘 다녀왔습니다. ㅋㅋ
그리하여 둘째날이자 본 공연인 8월 15일.
휴일 아침은 문답무용 뒤지게 늦잠잔다는 절대불침불문율을 깨고(...) 일찍 일어나 잠실로 향했습니다. 물론 비닐봉지와 갈아 입을 티셔츠를 챙겼고 운동화를 신었고, 바지도 막 입을 수 있으면서 수납량이 많은 카고바지로 입었습니다. 락 페스를 갈 때 티셔츠는 많이 가져갈 수록 좋습니다. 그 이유는 가보면 압니다. -_-;;;
(예전에 기억도 안날만큼 오래전의 어딘가의 공연에서는 티셔츠를 시원하게 찢어먹기도 했다죠...)
짐은 가급적 단촐하되 티셔츠는 가급적 많이.........라는 느낌이 중요합니다. 대신 짐이 많으면 그것도 죽습니다;;;;
15일 공연의 오프닝 밴드는 어떤 일본 밴드였는데(전혀 모르는) 시원하게 건너뛰고, 2번째 게스트인 바닐라 유니티 막 후반에 입장했습니다. 고로 이 밴드도 전혀 기억에 없습니다. 팬들과 밴드 본인에겐 죄송...;;;;
참고로 이날 날씨는 아주 막장이면서 락 페스다웠습니다. 아이러니라고 할까요?
공연 중에는 비가 오다가 공연 끝나고 무대교체하는 타임에는 비가 그칩니다. 그리고 공연시작하면 또 비옵니다. 아놔~ 하지만 락페스는 역시 막장스럽게 비가 와야 다들 미쳐서 날뛰는(...) 전통이 있다보니 비가 와주니 또 고맙기도 합니다. 아, 어렵다~

마눌님과 주인장은 세 번째 공연인 디아블로부터 본격적으로 참가했습니다. 이하 간단하게 라인업에 맞춰 짧은 소감을 정리하겠습니다.
디아블로
말랑말랑 밴드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 락씬에서 드물게 하드코어 라이프(뭥미?)를 지향하는 밴드.
개인적으로 예전에 있었던 자주 들었던 크래쉬(아시는 분 계실려나?)를 떠올리게 했다.
비도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겠다, 아주 제대로 분위기 만들었다.
"넓게 벌려서고 부딪쳐!!"라는 유도에 관객들은 그야말로 광란의 집단 패싸움(...야아!!)에 돌입!
Death Cab for Cutie
라인업 구성의 최대 미스매칭! 그리고 동시에 이번 락페스에서 주인장에게는 최대 수확이었던 밴드.
디아블로의 공연으로 다들 몸이 달아 오른데다 사운드도 헤비한 기타리프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서정적인 밴드의 공연은 좀 아까웠다. 게다가 비도 세차게 쏟아지는 상황이라 여러모로 안습이었고.
무대를 수습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사운드는 좋았고, 앨범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PIA
서태지 컴퍼니 소속인데, 개인적으로는 음악 취향에 안 맞아서 일단 무대를 이탈했다. -_-;;;
디아블로와 데스캡 공연 내내 비를 그대로 맞으며 소리 지르고 날 뛰다보니 티셔츠는 물론이고 바지와 팬티까지 완전히 젖어버린 상황이라 체력회복이 필요하기도 했고.
공연장을 빠져나와 미리 가져간 티셔츠 대신에 입구에서 Death Cab for Cutie의 오피셜 티셔츠를 구입해 입었다. 참고로 뒤지게 비싸다. 마눌님께서 락 티셔츠를 절대 못입게 하는 관계로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는데, 용케 이 티셔츠는 허락해줘서 다행이었다. 앨범 자켓이 프린트 된 티셔츠인데 락 티셔츠로는 안보이기 때문이었...;;;

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미 두 공연동안 미쳐서 날뛴 직후라서 몰골이 대박이다. 노숙자와는 초속 5cm정도 간격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수준. -_-;;;
(참고로 저 카고 바지의 원래 색깔은 밝은 크림색이다.........사진의 모습은 이미 푹 젖어버린 상황...)
사진에서 입고 있는 저 티셔츠가 바로 뒤쪽에 보이는 하얀 천막에서 팔던 Death Cab for Cutie의 공식 티셔츠이다. 앨범 자켓을 그대로 인쇄한 티셔츠인데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MP3 파일을 다운 받아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평생을 가도 맛보지 못하는 즐거움이 이런거다. 앨범 자켓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음악을 귀로 듣는 것이 한 세트로 이루어져야 진짜 음악을 듣는거라고 생각한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죽어라 해드뱅잉을 하다보니 이 더위를 참으며 머리를 계속 기른 보람을 느꼈다. 머리를 흔들때 젖은 머리카락이 차락차락 넘어가는 느낌이란.........크으~
일단 저런 노숙자 몰골까지 5cm의 모습으로 다시 공연장으로 고고싱.
MONKEY MAJIK
캐나다인과 일본인의 혼성 밴드인데 서양인이 일본어로 노래부르는 독특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마눌님이 가장 기대하던 밴드로 나중에 떼창 부를때 마눌님은 함께 합창할 수 있었다. 나야 처음듣는 밴드라서 그냥 달리기만 했다. 우어어어~ 웩~웩~웩~ 꾸엑~ 꾸엑~
공연이 끝나고 사인이 들어간 어쿠스틱 기타를 관객에서 넘겨주는 센스까지~
MAXIUM THE HORMONE
일본 밴드 라인업에서 거의 유일하게 달리는 밴드......
상당한 포스를 자랑하는 여성 보컬 겸 드러머가 아주 인상적이다. 좀 쓰잘데 없고 의미불명의 포즈를 관객들에게 강요해서 어리둥절하기는 했지만 일단 그라울링 위주의 보컬에 연주도 제대로 달리는 밴드였다.
개인적으로 역시 락페스에는 이런 놈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밴드가 달리다보니 관객들도 달린다.
밴드가 달리자 사방에서 해드뱅잉과 점핑은 기본이고 본격적으로 기차놀이(?)에 슬램과 모싱이 벌어졌다. 멀리서 보고 있으면 다들 제대로 미쳐서 날뛰고 있는 므흣하고 훈훈한 정경이었다. 그래, 이 정도는 미쳐서 지랄을 떨어야 락 매니아이고 락페스이지.....쵝오!!!
락 공연장에서 얌전히 있는 것은 클래식 공연장에서 휘파람을 부는 것과 비슷한 짓이다. -_-;;;;
참고로 락 매니아가 아닌 분들에게 해설을 하자면,
해드뱅잉은 머리를 원수의 눈썹을 짓밟듯 흔드는 행위를 의미하고 점핑은 말그대로 점프! 이 날은 볼 수 없었지만 서핑은 관중 속으로 뛰어들어 관중들 손을 타고 이리저리 짐짝 취급 당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모싱은 온몸을 인정사정 없이 흔들며 날뛰는 행동인데 옆에서 보면........항문에 불붙은 다이나마이트가 꽂힌 사람처럼 보인다......
슬램은 말그대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해서 육탄돌격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거 완전히 애인의 불륜현장을 급습하는 기세로 부딪히는데다 여자나 체구가 작은 사람에게도 인정사정 없기 때문에 좀 주의해야 한다. 제대로 맞으면 병원으로 고고싱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종종 멋모르는 여자애들이 슬램을 당하고 와이어액션처럼 날아가 널부러지는 훈훈한 광경도 볼 수 있다.
(예전에 주인장은 누군가에게 공중에서 팔꿈치 가격을 당해서 지대로 파스 신세를 졌다....)
주인장은 이제 30대 중반을 찍은 나이라서 모싱이나 슬램은 꿈도 못 꿨다. 전력으로 달려와 서로 부딪히는 슬램이 바로 옆에서 벌어졌는데도 감히 들어갈 엄두가 안났다. 딱 보니, 저기 들어가고 싶으면 일단 유서부터 쓰고 하드에 있는 야동부터 지워야겠군.....싶었다. 뭥미?
요즘 애들의 과감한 슬램에 감히 끼어들어서 방어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지 않더라......나도 늙은거다........
Dragon Ash
솔직히 이 밴드는 좀 별로...
예전에도 별로 귀에 안들어왔고, 이번에는 2명의 댄서(?)까지 동원해 라틴계의 냄새(?)가 잔뜩 들어간 연주를 했는데, 해가 짱짱한 날씨라면 몰라도 우중충하게 비가 쏟아지는 분위기에 라틴 스타일이라니?
The Used
꽤 유명한 밴드인 모양인데, 난 왜 모르겠지?
일단 라인업에서의 위치는 아주 적절했고, 무대와 사운드 세팅에 시간을 잡아먹은 것도 납득할 수 있는 연주였다. 그런데 마지막에 인사로 "아리가또~"라고 말해서 빈축을 샀다.
앞줄에서 공연을 본 사람의 후기를 보면 그러고 나서 야유가 터져나오자 씩 웃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는데 내 위치에서는 안 들렸다. 듣자하니 MCR과 함께 약쟁이 동기이고 평소에도 지랄맞은 짓을 자주 하고 다닌다는데 머리통이 반쯤 맛이 간 인간이라면 충분히 고의로 그런 짓을 할 것 같기도 하다.
공연중에 무대를 촬영하는 카메라 렌즈에 대고 걸쭉한 가래침을 뱉거나 정액을 뿌려대지 않는 것으로도 대단하지 멀~
서태지 컴백무대
선곡도 그렇고 나쁘지 않았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침 소리는 들리는데 남은 시간이 안 보이는 시한폭탄처럼 극에 달했다. 울먹이면서 모싱을 해대는 여자도 보이고 다들 점핑의 고도(...)가 높아졌다. 어이! 그 높이는 서전트 점프잖아...아놔~
역시 이번에 발표된 MOAI에 과거 곡들 Live Wire 같은 곡들이 더해졌다. 공연을 시작하는 순간, 무대 전체를 가리던 초대형 천막이 쏟아지고 하늘에서는 때마침 헬기가 뜨고(기종 판별을 하겠다고 눈을 부릅 떴는데 어두워서 당최 알수 없더라) 무대 프레임 일부가 내려오면서 서태지가 나왔다. 무대 연출은 그야말로 극강!
앵콜요청이 있었지만 "뒤에서 맨승이 흉아가 기둘려요~"란 말과 함께 퇴장했다.
MARILYN MANSON
사실 난 이 형님의 공연을 보러갔다고 봐야 한다. -_-;;;
비가 잔뜩 쏟아진 날씨에 음산한 무대연출과 함께 맨슨형님이 나왔다. 크아~ 그 다크포스는 역시 후덜덜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의 글렘 밴드처럼 화장으로 떡칠한 얼굴에 식칼이 달린 마이크를 들고 무대를 뛰고 기고 널부러지며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연주도 일단 시쳇말로 표현하면 닥치고 개쩌는 수준이었다.
이게 다른 표현이 마땅치 않은게, 연주 그 자체의 퀄리티가 듣는내내 전율 그 자체였다. 맨승이 흉아도 맘에 들었는지 노래 끝날때마다 "마더퍽커~"를 연발했다. 이거 당연히 칭찬의 의미로 쓰는 인간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제야 본편시작~ 이라는 느낌이었지만, 이미 12시간에 걸쳐 비를 쫄딱 맞으며 날뛰던 상황이라 체력이 한계였고, 이거 저체온증 징후가 아닌가 싶은 낌새가 느껴졌다. 추위와 탈진으로 입술 끝에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했으니 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맨승이 형님의 공연은 절반만.......그것도 관객석에 앉아서 보다가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것으로 이 날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이미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화장실에서 젖은 티셔츠를 벗고 마지막 남은 세 번째 티셔츠를 갈아입으니 체온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다른 후기를 보니 맨승이 형님의 공연은 이게 락 페스 마지막 라인이었는지 맨승이 형 단독공연인지 분간이 안가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장장 2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의 라이브였다니........이 형님은 역시 제 정신이 아니다.
공연장에서 찍은 사진은 사실 거의 없다.
일단 비가 쏟아져서 기껏 방수처리 해 둔 가방 안에서 카메라를 꺼내기도 난감했고, 우선 마눌님이나 주인장이나 음악에 맞춰 소리 질러대며 날뛰는데 바빴다. 덕분에 아직도 어깨와 목 주변에 통증이 남아있다...
모처럼의 여름이었고, 모처럼의 공연이었고, 모처럼의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쿵쿵 몸을 울려대는 연주에 맞춰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머리를 흔들며 춤추고 하늘을 향해 퍽큐를 날리며 고함을 질러대니 가슴이 탁 트였다. 살 것 같다는 기분이었다. 무저갱에서 기어나와 처음으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생존에 안도하는 느낌?
락 페스는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락을 듣는 거다. 그러기에 락인거다.
20대 초반 시절에 나는 내가 30대가 되어서도 락을 듣고, 락에 감동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걱정했다.
다행히도, 나는 30대 중반을 찍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락을 듣는다. 아니, 여전히 락 음악만 듣는다.
10대 시절에 나는 Metallica를 들었고, 20대 시절에 나는 Nirvana를 들었다. 그리고 30대가 된 지금은 Radiohead를 듣는다.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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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를 과거형으로 언급하시면 크래쉬 팬 분들이 꽤나 섭섭해합니다. 작년 펜타포트에도 왔잖아요 ^^
요즘 안 듣다보니 무심코 과거형으로 썼네요....수정했습니다. -_-;;;;
허어억...
저같은 스켈레톤이 가면 그야말로 판타지 엑스트라 수준도 못될 내구도 드러날듯 ;;;
요즘 애들을 상대로는 방어력 테스트 못하겠습니다. 무섭습니다...ㅠ,ㅠ
보고 있으니 못 간 게 너무 아쉬워지는군요 ㅠㅜ;
랩소디 내한공연과 메탈리카 내한공연에 이어서 또 한번의 기회를 이렇게 날려버렸단 말인가...ㅠㅜ;
공연이 있다는 것 자체보다 중요한 건 역시 "라인업"이죠. 어떤 공연이 있는가보다는 누가 오냐?가 더 절실하죠...ㅋㅋ
훗 맨슨따위...
전 9월 21일에 영감님들 보러 갑니다
헛! 롭형님 내한 가십니까? @_@;;;;
우훗우훗 맨 앞자리라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