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고 있던 종합엔터테인먼트 기기(...) PSP가 다시 원래 주인인 마눌님의 가방 속으로 들어가고, 작년에 회사 복리 포인트 소진을 목적으로 구매했던 철지난 iPod Shuffle이 다시 내 손으로 돌아왔다.

간밤에 부랴부랴 셔플을 초기화 시키고 Green Day와 U2의 앨범을 구겨 넣었다.

대학을 다니던 20대 초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Nirvana를 들으며 나는 진심으로 고민 했었다.

"나는 30살이 넘어서도 락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그 나이를 넘어서도 음악이 내 삶에 큰 의미를 지니며 그 감수성을 지킬 수 있을까? 어른이 되었다는 핑계로 일상에 매몰되어 갈라진 껍질이 되어 살아가진 않을까?"

다행이다.
정신나간 양아치 같은(...) 그린데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남역을 횡단하는 오늘 아침의 내가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나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내가 앞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음악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더이상 내가 아닌 감수성이 말라비틀어져 꾸역꾸역 사료나 받아먹으며 사육 당하는 돼지에 불과하다고. 어른이 된다는 핑계로, 현실을 꾸려나간다는 핑계로, 일상에 길들여져 사육되는 한 마리의 가축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아, 정말 다행이다.
나는 여전히 락음악을 듣고 있었고, 여전히 U2의 음악은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다. 강남역에서 회사 앞으로 가는 402번 버스를 기다리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일상이란 그 지루한 반복에 몸을 맡기는 순간부터 사육당하는 것이고, 세 끼의 식사는 가축사료가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어폰 속에서 U2의 보컬 보노가 One을 노래하는 동안 그 시절의 내가 다짐하고 꿈꾸고 있던 생각이 떠올라 버렸다.

One life, with each other sisters, brothers...
(한 번의 삶이잖아, 형제자매들과 함께...)

...저 가사가 맞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anyway~


::: 덧붙임 :::
시네드 오코너도 그렇고, 엔야도 그렇고, U2도 그렇고...(게리 무어도 포함되나? 기억이 가물가물...)

아일랜드 출신들은 음악적 감수성이 대단하다. 그들의 역사가 워낙 아스트랄 16차원계를 오가는 암울함을 보여주기 때문인지 모르지만...뭐랄까 다른 민족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뭔가가 음악 속에 그대로 묻어난다.

언제 꼭 한 번 아일랜드를 둘러봐야 할 것 같다.


전곡 가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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