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블로그에 반가운 이름이 떠 있길래 링크를 따라간 블로그에서 역시나 그리운 이름을 들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손님분들 중에서 기아 세레스라는 이름을 아시는 분이 있을까? 이 시절의 기아는 정말 의욕에 넘치고 실험정신이 가득한 매력적이고 멋진 자동차 메이커였다.(아이들링 상태에서 고질적인 rpm불량을 만드는 습관은 끝내 못버렸...)



내친 김에 구글로 검색해보다가 마침 이런 글도 발견했다.^___^

내가 자동차 매니아라고 이야기 하면 다들 반응이 비슷하다.
그들은 내가 벤틀리 플라잉스퍼와 같은 안드로메다급 럭셔리 세단이라던가, 하이엔드급 귀족인 페라리 엔초와 같은 스포츠카, 혹은 럭셔리 사륜구동 SUV인 험머H1 같은 차들만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오해를 해봐야 나에게는 별다른 해가 없기에(...) 그냥 분위기에 맞춰 대충 대답을 하지만 좀 난감한건 사실이다.

몇 년 전에 내가 쓴 포스팅 "티코와 인간의 가치"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단순히 값비싼 차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차들 중에서 몇 종류는 1억이 넘는 경우도 있고, 몇 종류는 아예 돈 주고 구입할 방법조차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란치아에게서 태어난 사생아이자, 피아트 가문의 반역자인 란치아 스트라토스 같은 차는 돈 주고도 못 구하지...)

그렇지만 나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차가 갖는 삶의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

때문에 올블에서 보았던 저 꼬질꼬질한 구식 세레스라던가, 예전 포스팅에서 링크했던 티코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 삶에 얽힌 차들을 좋아하게 된다.

사실 세레스는 기아자동차가 의욕적이고, 혁신적이고, 도전의식이 강하던 시절에 운 좋게 나온 녀석이다. 피투성이 깡패 전두환이 특정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기위해 자동차 산업을 통폐합했고, 덕분에 기아는 승용차 제작이 금지된다.

그 망할뻔한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 봉고Bongo가 탄생했다. 봉고는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고, 지금도 7~11인승 승합차를 흔히 봉고차라고 부른다.

그 뒤로 보여준 기아의 행보는 개발자로 먹고사는 사람으로서 눈여겨 볼 만큼 창의적이고 도전적이었다. 기존 생산라인에서 쉽게 뽑아낼 수 있는(다시 말해 제작공정을 우려먹을 수 있는...) 차대에 이미 봉고로 잘 우려먹어 노하우가 쌓인 엔진에 고장날 부품조차 없는 간결한 기계식 사륜장치를 달았다.

이게 바로 세레스라는 사륜 농작업 트럭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기아 세레스 - 이미지 출처 : 구글검색 ]


세레스라는 트럭은 단순히 사륜구동 트럭으로 끝나지 않는다. 껑충해서 못생겼지만 그 껑충함 때문에 밭고랑을 맘대로 타넘고 다닐 수 있었고, 값싸고 튼튼한 현가장치 덕분에 규정보다 짐을 많이 실어도 버텨낸다. 그리고 동력추출축(이걸 뭐라하지?)이 있어서 탈곡기나 양수기와 연결할 수 있다.

당시의 기아 자동차 개발자들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었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가?

여기까지는 칭찬이지만 이 세레스가 불후의 걸작인 것은 아니다. 내 기억에 세레스 초기형은 지붕이 원가절감을 이유로 천쪼가리였고(...), 사륜구동 문제 덕분에 일반 국도에서 무지하게 느렸다고 기억한다. 적어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랬다. 아버지의 포니2가 광속으로 추월(...후덜덜)하던 기억이 난다.

다만, 갤로퍼가 못가는 길이라도 세레스는 간다는 안드로메다급 험지주파 능력의 전설은 있다. 두 대가 대체 몇 세대의 기술 차이가 나는거냐?

무엇보다 다 떼어낸 싸구려 구조에도 불구하고 생산단가 문제 때문에 기아의 대표적 삽질로 기록된 녀석이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되는 놈이었던가? 근데 더듬어보면 기아는 혁신적인 차를 잘 만들지만 품질 불량이나 생산단가 따위의 문제로 늘 말썽이었다. 결국 이 약점은 IMF 시절에 현대에게 먹혀버리는 원인이기도 했고...

하여간 그런 이유로 세레스는 단종 되었고,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아는 사람만 알아주는 레어템이 되었다. 게다가 이제 농촌도 전기동력이 일반적이라서 굳이 매연 뿜어내며 세레스를 공회전시킬 필요가 없어졌다. 시대가 변하고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은 농촌도 예외가 아니다.(도시에 사는 내가 본 농촌은 전라도에 사시는 작은 아버지댁 뿐이지만...)


사실은 지금도 군산의 작은 아버지댁에 가면 이 세레스 한 대를 볼 수 있다.(팔려고 하시던데...)
나는 이 놈을 직접 운전해 본 적은 없지만, 볼 때마다 멋진 놈이라고 생각한다. 튼튼하고 간결한 구조가 주는 신뢰성은 차를 진정 아름답게 만든다. 그리고 그 차가 차주의 삶에 녹아 있다면 두말 할 것도 없다.


자동차란 개발자들의 철학이 담겨야 하고(그게 아무리 뻘짓스러운 삽질이라도), 그 차를 사용하는 차주의 삶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멋진 차가 나온다.


저 두 가지 요소가 없다면 차는 단지 기술집약적 공산품에 불과하고, 난 그런 차들을 무지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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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중장 2007/05/16 21:40 | PERMALINK | EDIT | REPLY |

    집안일 도우면서 세레스 마이 몰아봤지요 ㅋㅋ

    공차에 저 혼자만 탔는데도 최고시속 80~90 간당간당~

    뭐, 험지주파력이 부족한 속도를 상쇄하고도 남지만 80~90년 이후 밭이나 아니면 거의 포장도로가 되어버렸으니 속도부족이 또 은근히 아쉽데요.

  2. 늑대호수 2007/05/17 00:52 | PERMALINK | EDIT |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거죠....

    직접 몰아보진 않았지만 제 기억 속의 세레스는 정.말. 느린 물건이었습니다. 뭐 경운기보다는 훨 빠르지만....;;;;

  3. 로리! 2007/05/18 04:25 | PERMALINK | EDIT | REPLY |

    그러고보면 SUV의 토대를 만든 스포티지도 기아인데 말입니다... 다만 기아 스포티지는 품질 불량으로...후...

  4. 늑대호수 2007/05/21 10:09 | PERMALINK | EDIT |

    기아는 확실히 그 혁신적인 컨셉에다 품질관리만 받쳐 주었어도 1류 기업이 되었을 겁니다. -_-;;;;

  5. 고중장 2007/05/19 23:13 | PERMALINK | EDIT | REPLY |

    로리/요즘 스포티지는 예전의 그 맛이 안나요 ㅎㅎ 정말 스포티지 하면 약간 동글한 처음 디자인이 질리지 않고 최고지요

  6. 늑대호수 2007/05/21 10:09 | PERMALINK | EDIT |

    요즘 스포티지는 현대 투싼의 배다른 형제라는 인상이 너무 강해서, 아니 요즘에는 기아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7. 비밀방문자 2008/09/02 12:16 | PERMALINK | EDIT | REPLY |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8. 윤석준 2008/09/02 12:15 | PERMALINK | EDIT | REPLY |

    세레스 제가 살께요
    고장없이 잘 굴러 간다면.............
    017-504-0707 연락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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